지난해 국회는 국정감사 증인 신청 실명제를 도입했다. 증인을 지나치게 많이 불러들여놓고 온 종일 질문도 하지 않고 병풍을 세우는 일을 조금이라도 막아 국감의 내실을 기하자는 취지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당시 이런 행태를 `갑질 중의 갑질`이라며 국정감사 갑질 경계령을 내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1년이 지나 다시 시작된 올해 국정감사 역시 달라진 것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는 맹탕 국감을 넘어 `쇼잉 국감`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0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무위 국감장에 데리고 나온 벵골 고양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뒤 사살된 퓨마와 벵골고양이가 닮았다며 철제우리에 갇힌 고양이를 앞에 놓고 정부의 과잉대응을 지적했다. 언론 노출을 의정 활동의 성적표로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동물까지 소품으로 생각한 셈이다.

동물이 국감장에 등장한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 2010년에는 구렁이와 낙지가, 지난 2014년에는 괴물 쥐로 불리는 뉴트리아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두 시선은 끌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질문 내용을 기억하는 시민이나 당국의 유의미한 조치를 이끌어 냈다는 보도 한줄이 나오지 않았다.

보여주기식의 국감은 비단 소품에서 끝나지 않고, 막말도 빼놓을 수 없다. 해마다 `버럭` 화를 내며 증인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가 하면, 혹시라도 의원들의 말을 되받아칠라치면 `의회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찍어누르는 일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올해 문화체육관광위 국감에서도 이같은 일은 재연됐다. 더불어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선동열 야구 대표팀 가목에게 "연봉이 얼마예요"라며 감사와 상관없는 개인 신상에 대한 질의를 하며 "돈(연봉)이 KBO에서 나오기 때문에 아마추어 야구에는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등의 핵심이 없는 질문 등을 쏟아내며 역풍을 맞았다. 해마다 이같은 행태가 반복되자 네티즌 사이에서는 `존경하는 의원님, 잘 알겠습니다` `검토해보겠습니다` `살펴보겠습니다`라는 세마디만 하면 된다는 웃프다(웃긴데 슬프다)는 소리마저 나온다. 국감장에서 핵심을 찌르는 송곳 질문으로 시청자들에게 사이다와 같은 청량감을 제공했던 국감 스타는 사라지고, 스크린 샷, 순간 포착 만 남은 것 같아 씁쓸하다. 정치인들의 쇼 타임이 끝난 것을 본인들만 모르는 것 같다.

원세연 취재 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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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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