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완석 연극평론가(한남대 겸임교수)
도완석 연극평론가(한남대 겸임교수)
시립극단을 열망하는 지역 연극인들의 기대감에는 경제적 동기와 사회적 동기가 공존한다. 일을 통한 경제적 수단을 확보하는 것과 사회적 발전을 위해 일해보자는 사회적 동기가 병행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전시장의 선거 공약을 앞세워 연극인들이 시립극단 설립에 따른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동기를 앞세우고 있다. 연극인들의 열망은 당연한 것이지만 전진적인 정체성 확보가 필요하다. 그로토프스키는 "영화와 텔레비전이 연극으로부터 빼앗을 수 없었던 단 하나의 요소는 살아있는 육체가 지닌 친근성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는 기존의 무대를 제거하고 모든 경계를 철폐함으로써 배우와 관객 간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가까이에서 관객을 맞아들이는 무대가 요구되는 시대인데 이것은 불가시적인 정신적 시안으로부터 잉태된다. 따라서 이러한 배우로서의 정신, 사명, 기대감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연극인들에게도 경제적 수단을 확보한다는 것은 당연한 바람으로 그것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고용계약을 맺어 임금 형태로 경제적 보상을 받고, 자신의 활동 결과물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것은 곧 자신과 가족 외에 사회라는 보다 넓은 범위의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길인 것이다. `크로마토그래피`라는 원리가 있다. 이는 고정되어 있는 물질에 접하여 이동하는 물질을 흘려 혼합물을 정밀하게 분리·분석하는 방법으로 `통계적 수치`라고 부른다. 이 통계적 수치는 `자신 또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이라는 아주 작은 세계에서 보이는 예들을 성급히 일반화시키며 수많은 오류들을 정상화 시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대전연극의 60년 통계수치는 `불협화음`, `연극의 불모지` 등으로 나타난다. 이를 예로 들어 어느 민선시장은 각 극단을 지원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문화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정말로 대전연극의 크로마토그래피 결과가 지금도 그러할까? 문제는 시립극단의 정체성이다. 시립극단을 통해 지역연극인들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미 지금까지의 문화정책만으로도 충분하다. 매년 대전예당에서 외부 연출자를 초빙하고 또 국내 유명 연기인들과 합동공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대전시립극단이 설립된다면 차별성과 미래지향적인 시스템구축이 필요하다. 지역 공연발전을 위한 역할과 더불어 사회적 기여도 요구된다. 베를린의 아동, 청소년을 위한 교육극단인 `그맆스`처럼 지역을 위한 다양한 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종합예술로써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이제는 총체적인 공연예술로서의 자리매김이 절대 필요하다. 이런 각오와 비전을 생각하면서 철저한 준비 끝에 시립극단 창단을 준비하는 것이 어떨까.

도완석(연극평론가·한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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