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밥상을 뜨겁게 달군 주제는 단연 `부동산`이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양극화가 극에 달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에 대한 또 다른 예를 보자.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 50%가 모여 살고 있다. 또한,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사업체 47.3%가 수도권에 몰려있으며, 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은 810조 원으로 전국의 49.5%에 해당한다. 과거 우리나라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룬 고도 압축 성장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단면이다.

지난 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목표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로 내세웠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이 선포됐다. 이러한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기업의 투자 확대 및 일자리 창출 등 `생산의 균형`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양적 성장시대에서 질적 성장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국민의 `삶의 질`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됐다. 따라서 지역 주민들의 행복과 삶의 질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지방소비자행정은 오늘날 매우 중요한 공공서비스다.

지방자치제와 함께 1995년 소비자보호법에 지방소비자행정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지 20년이 넘게 흘렀다. 그 결과 시·도별로 소비자보호조례가 제정되고, 소비자업무 전담기구인 소비생활센터가 설치되는 등 일부 성과도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도에서 소비자행정은 여전히 물가관리의 부수적 업무로 다뤄지고 있다. 또한, 지자체장을 비롯한 대다수 공무원들은 심지어 소비자행정을 지자체 사무가 아니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지방소비자행정에 대한 낮은 인식과 관심은 지방소비자들의 삶의 질과 만족도의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소비자원의 2017년 소비생활지표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소비생활만족도는 77.6점인데 비해, 비수도권 지역은 75.1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불균형 현상이 `생산`에 이어 `소비` 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달 인천과 울산 지원을 개소하면서 총 9곳의 지방 지원을 두게 됐다. 그러나 강원 지원을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과 광역시에 속해 있다.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인 지방소비자들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지방소비자가 소외돼선 진정한 균형발전도 없다.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법제연구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