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으로 일정기간 파업이 진행됐던 을지대병원에 또다시 파업 전운이 감돌면서 지역 의료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을지대병원 노사 양측은 지난 7월부터 기존 연봉제의 호봉제 전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을 놓고 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노동쟁의 조정 기한을 한달이나 넘긴 현재까지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홍인표 병원장이 지난달 말 내부망에 `을지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올리며 분위기 쇄신에 나서는 듯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노조의 반발을 불러오며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한 모양새다. 오히려 노조는 홍 원장의 호소문 이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 측에서 적극적인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을지대병원의 파업은 단순히 종합병원 한 곳만의 문제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을지대병원 파업이 지역 의료 전반에 미친 영향을 보면 쉽게 볼 문제는 아니다. 필수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력이 파업에 참여하게 되면 병원 운영에 차질이 빚어져 외래진료나 입원이 어렵게 되고 이로 인해 다른 병원으로 환자들이 집중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47일간 파업이 이뤄진 지난해만 해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을지대병원 전체 11개 병동 중 3개 병동이 폐쇄됐고 비슷한 시기에 충남대병원,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건양대병원, 유성선병원 등 다른 병원에 환자가 갑작스럽게 증가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특히 예상치 못한 환자의 증가는 진료 대기시간 지연 등 의료 질적인 부분의 저하뿐만 아니라 의료 인력의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결국 을지대병원의 파업은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시민들과 보건의료분야 종사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을지대병원 파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결정은 나오지 않고 있는 만큼 원만한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유독 을지대병원만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여겨지는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여진다.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근로자의 권익 향상, 두 가지 모두를 잡아야 할 때다. 취재2부 박영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