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발전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현생인류의 학명은 호모사피엔스로 생각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이 호모사피엔스는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주변환경을 탐색했다. 호기심으로 관찰된 여러 가지 지식들을 꿰맞추어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이것이 과학의 시작이었다.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것은 이러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자연을 관찰하고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호기심이 과학을 탄생시키고 발전시켜왔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인간의 본능인 호기심을 키우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지식탐구를 할 겨를이 없이 정해진 교육과정에 따라 암기하고 시험 잘 보는 비법을 익혀 좋은 대학에 가는 학생을 키우는데 주력하는 것 같다. 달걀을 부화하기 위해 어린 시절 닭장에서 알을 품었던 발명왕 에디슨이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서는 문제아로 찍힐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최근 화두인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불확실성이 더욱 높기 때문에 미래에 필요한 인재는 새로운 지식을 두려워하지 않고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것을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호기심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탐구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인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국립중앙과학관은 2000년부터 매년 봄, 가을 2차례씩 사이언스데이를 개최해 올 가을 41회차를 맞이했으며 누적 관람객만 130만명에 달한다.

초창기 과학관 직원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과학실험 체험에서 현재는 전국 중·고·대학교의 과학동아리, 대덕특구 연구기관 및 과학교육기관 등이 참여해 학생들에게 창의적 과학체험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과학체험 부스를 운영하고, IT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과학문화공연 및 명사초청 과학강연, 이벤트를 열어 어린이·청소년 그리고 가족이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행사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축제들이 개최되고 있지만 온 가족이 참여해 과학을 주제로 지적 호기심을 채워 갈 수 있는 사이언스데이 행사는 과학과 융합과학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과학문화 축제로 자리매김 했다. 이번 가을 사이언스데이는 지역공동체와의 협력 및 과학축제 분위기 조성을 위해 `2018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과 연계해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개최한다.

사이언스데이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이 직접 과학실험실습과 시연을 하는 과학체험 부스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책으로 배우고 암기하는 과학공부`가 아니라 `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실험하고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즐기는 과학축제`로 주도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과학적 탐구과정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을 하고 그 과정에서 과학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느끼게 된다.

매회 학생들이 뜨거운 경쟁을 통해 선발되고 재미있게 준비하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고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국립중앙과학관도 학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함께 재미있게 축제를 운영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래서 이번 가을 사이언스데이는 더 많은 학생들이 체험부스 운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간을 3일로 연장하고 매일매일 체험부스 주제도 다르게 진행한다.

체험에 참가하는 학생들 또한 또래집단 친구들의 실험과정을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과학적 사고와 호기심을 키우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친한 친구를 따라 수동적으로 참여했던 아이가 실험을 거듭할수록 스스로 아이디어도 내고 과학을 좋아하게 됐다는 선생님의 체험후기를 들었을 때는 뿌듯함과 동시에 이 아이들이 미래 과학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는 막중한 책임감도 느껴졌다. 사색하기 좋은 이 가을,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데이에 참여해 온 가족이 함께 과학적 호기심을 해결하고 즐기는 유익한 시간을 가지시길 바란다. 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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