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활동 중 가장 국회다운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국정감사가 첫 손에 꼽힐 것이다. 국정감사는 입법과 정부 예산, 그리고 국정통제를 유효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 국회 밖에서 국정 전반을 돌아보는 제도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각 의원실에서는 매일 같이 정 전반에 걸친 비리와 적폐,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보도자료와 정책자료집을 배포하며 일 잘하고 있는 국회의원이란 인식을 국민과 지역구에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감사를 위해 수천, 수만가지 자료를 제출받아 일일이 분석했기 때문에 한정된 인원과 시간으로 감사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현대로 오면서 시스템의 발달로 사무실 컴퓨터 앞에만 있으면 손쉽게 제출된 자료를 분석할 수 있게 돼 감사의 질이 높아져 가고 있다.

또한, 1인 감사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넘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시청각 자료를 비롯해 온갖 장비가 동원되고 있다.

올 국정감사는 일자리 대책부터 탈원전, 남북관계를 비롯해 문제인 정부의 정책과 행정부에 대한 야당과 여당의 공격과 방어가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시작부터 장관 패싱, 고양이 학대논란, 선동렬 감독과 백종원씨 증인 출석 등 갖가지 논란과 이슈를 몰고 오면서 시작부터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국정감사 첫날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감사장에 벵갈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왔다.

대전동물원을 탈출한 퓨마를 대신해 몸집이 작은 고양이를 데려왔다는 말에 안전문제와 상황대처능력에 대한 지적이 예상됐다.

하지만 김 의원은 "그날 저녁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데 눈치 없는 퓨마가 탈출해 실검 1위를 장식해 전광석화처럼 사살한 것 아니냐"고 주장해 고양이를 국감장에 데려와 뜬금 없는 의혹으로 동물을 학대했다는 비판이다.

간혹 무리하게 증인을 출석시켜 망신주기로 비난을 받는 국회의원이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죄 없는 동물을 공포 속에 가둬놓고 정치적 상황에 이용한 적은 없다.

고양이가 없어도 부수적인 장비를 동원하지 않아도 충실하게 감사를 준비한 국회의원의 칼 날은 서슬이 퍼렇지만 이슈에만 집착한 감사는 무뎌진 칼과 같아 휘두르지 아니한 만 못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차진영 지방부 당진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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