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한화는 그제 NC 다이노스를 격파하고, 프로야구 정규 리그 3위로 올라서 넥센 히어로즈-KIA 타이거즈 승자와 준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11년 만에 가을야구 갈증을 풀어준 선수들과 구단에 박수를 보낸다. 시즌을 앞두고 한화 레전드들을 중심으로 코칭 스태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음에도 바닥권 성적 전망이 지배적이었음을 보면 선수들이 얼마나 투혼을 불살랐는 지 짐작하게 한다.

한화는 지난 2007년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하위권을 전전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여섯 시즌 동안 무려 다섯 번이나 최하위로 굴러 떨어졌다. 성과주의를 표방하는 김성근 감독을 영입한 뒤 반짝 나아졌지만 그 뿐이었다. 김 감독과 구단은 적지 않은 갈등에 휩싸였고,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패배주의가 선수단을 지배하면서 시즌 초 기대감도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예상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이글스의 전성기를 함께 만들었던 한용덕 감독과 장종훈 송진우 코치를 중심으로 한 코칭스태프 힘이 절대적이었다. 철저한 역할 분담과 자율을 바탕으로 `할 수 있다`는 바이러스를 팀에 불어 5월 이후 단 한 차례도 4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는 신바람 야구를 선보였다. 선수단 구성과 면면이 지난해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지만 신구 조화와 더불어 경쟁적으로 커리어-하이를 만들어낸 선수들의 투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음지에서 선수단을 지원한 프런트와 함께 이른바 `보살팬`으로 불린 관중 성원이 오늘의 한화를 만든 또 다른 축이다. 72번의 홈경기에서 73만 4110명의 누적관중을 기록하며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수립했다. 처음으로 1만 명 시대를 연 평균 관중 수는 한화에 보낸 팬들의 응원을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다고 하겠다. 고난과 좌절을 딛고 승리의 드라마를 써 온 한화가 준플레이 오프와 플레이 오프를 넘어 가을의 전설을 완성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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