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안신도시 호재 없이 주택거래량·매매가 급등

대전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각종 개발호재가 없는 상태에서 특정 지역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매물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마치 `투기장`을 방불케 한다. 호수공원 조성과 2단계 개발을 앞둔 도안신도시가 그렇다.

도안 7블록 예미지백조의호수의 경우 월 평균 3-9건 정도 거래됐지만 지난 8월에만 14가구가 팔려 나갔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지난 8월 15일부터 7블록에만 30가구에 달하는 매물 거래가 이뤄졌고, 6블록도 8월 말-9월 초 40가구가 거래됐다고 밝혔다. 월평균 매매건수의 2-3배에 달한다. 이 같은 현상은 2블록, 5블록 등에서도 나타났다고 부동산 업계는 설명했다. 거래량 급증은 매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7블록 84㎡형의 경우 지난 8월 매매 가격이 4억 7000만-5억 원이던 것이 지난달 30일 기준 5억 7000만-5억 8000만 원으로 1억 원 가량 호가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실거래가도 5000만 원 이상 급등했다. 7블록뿐만 아니라 이들 지역 대다수 아파트의 호가가 한 달 사이 4000만에서 1억 원가량 껑충 뛰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배경에 서울과 수도권, 세종시 등을 겨냥한 9.13 부동산 대책 등을 꼽고 있다. 정부가 이들 지역을 겨냥한 부동산 대책을 거듭 쏟아내자 해당 지역에 집중된 자금이 투기과열지구 제외 지역이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도안신도시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8-9월 도안신도시 2,5,6,7블록에서 거래된 물량의 60-70%를 서울과 경기, 부산 등 외지에서 온 투자자들이 사들였다"며 "도안신도시 3블록 청약 광풍과 투기과열지구 제외 등이 맞물려 저평가된 도안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려는 타 지역 투기 자본이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서울과 부산 등 `외지 투기세력이` 도안신도시 공동주택 매매 물량을 대거 사들였고 이로 인해 단기간 집값이 급등했다는 얘기다.

이들 부동산 업계의 전언처럼 투기세력이 몰려 단기간 거래량 급증과 매매 가격이 상승했다면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투기세력이 시세차익을 얻은 뒤 빠져나갈 경우 실수요자 즉 대전시민에게 가격 상승에 따른 거품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더한 문제는 도안지역의 비정상적 가격 상승에 대한 영향이 대전 지역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도안신도시가 위치해 있는 서구와 유성구를 중심으로 분양가 상승 등 집값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대다수 무주택 서민들에게 투기 거품이 전가되는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투기세력의 영향으로 집값에 거품이 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 몫이 되기에 그러하다. 치솟는 물가에 뻔한 월금, 자녀 교육비 등 가뜩이나 녹록지 않은 생활형편에 내 집 마련이 힘들기만 한 서민들에게 투기 거품까지 더해진다면 집 장만은 물거품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대다수 서민 무주택자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계약기간이 도래하면 보증금 인상 등으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월세와 전세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희망한다.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 위해 내 집 한 채면 충분하다. 그렇기에 도안신도시 외부 투기세력 유입에 대해 경계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도안신도시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도안신도시가 위치해 있는 서구와 유성구 지역의 주택가격 동향과 시장상황에 대해 주간, 월간 단위로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단지별 분양 실적에 대한 점검도 함께 이뤄진다. 해당 지역에 투기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나아가 투기자금 유입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대책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조세부담과 대출규제에 더해 주택매매 신고의무화제, 자금출처 신고제 도입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친인척 등 차명으로 주택을 다수 보유하려는 다주택자 유입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맹태훈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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