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수의 전통놀이 돋보기

임영수 관장
임영수 관장
고무줄놀이는 두 가지가 있다. 줄넘기와 고무줄놀이다. 이것은 여자아이들이 노는 놀이다. 이때 남자아이들은 몰래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고 여자아이들은 쫓아가다 털썩 주저앉아 우는 모습이 1980년도까지 골목에서 일어난 풍경이다.

이때 줄넘기놀이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가 `꼬마야 꼬마야`이다.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꼬마야 꼬마야 인사를 하여라/꼬마야 꼬마야 잘 가거라

여기에서 꼬마는 어린 아이를 이야기한다고 대부분 알고 있지만 그것은 아니다. 일본 아이들이 노는 고무줄놀이를 들어보자.

곰돌아 곰돌아 뒤를 돌아라 / 곰돌아 곰돌아 땅을 짚어라 / 곰돌아 곰돌아 한 발을 들어라 / 곰돌아 곰돌아 만세를 불러라 / 곰돌아 곰돌아 인사를 하여라 / 곰돌아 곰돌아 업어라 / 곰돌아 곰돌아 괜찮네요 / 곰돌아 곰돌아 잘 가거라

위의 노래를 보면 일본에서는 곰을 고마(くま)라 부른다. 즉 우리가 부르는 꼬마는 일본말 곰돌이를 고마라 부른 데서 센 발음이 돼 꼬마라 부른 것이다. 일본에서는 1876년 고무풍선이 판매됐으며 이때부터 고무줄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1919년 서울에 대륙고무공장이 설립돼 고무신을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고무줄놀이가 처음 시작된 것은 일제 시대다. 일제 시대 일본학자 `무라야마지존`이 1936년에서 1941년까지 각 학교를 통해 조사한 조선의 향토오락 중 강원도 평창에서 조사된 고무줄놀이가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부터 일본, 셋부터 시베리아, 다섯부터 러시아, 일곱부터 하얼빈, 아홉부터 열까지, 그리고 열하나부터 스물까지`의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놀이를 한다고 쓰여 있다. 이 노래의 내용은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침략순서를 적은 것으로 일본의 침략놀이다.

일본은 1940년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전쟁에 출전하는 병사들과 국민들에게 `황기 2600년`이라는 노래를 부르게 했다. 이것을 매일같이 라디오에서 방송하고 학교에서도 가르쳤다.

이는 국민의 감정을 오로지 전쟁, 국가, 천황(天皇)에만 집중시키기 위해 어릴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배우게 하여 향수를 느끼게 만든 것이다. 이 노래는 일본의 작곡가가 미국 남북전쟁 때 북군이 부른 `광화국 찬가(Battle of Hymn of the Republic)`를 편곡해 만든 곡이다.

기원 2600년 봉축가 / 금빛으로 빛나는 일본 / 영광의 빛을 온몸에 받아서 / 지금이야 축하하리라 이 미래를 / 기원 2600년 / 아아 일억의 가슴이 울린다

이러한 내용으로 여자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놀이를 하면 그곳을 지나는 남자아이들이 이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고 결국 그 남자아이들은 징용에 끌려가 일본 천왕 만세를 부르면서 전투를 하게 된다.

이처럼 일제 시대 고무줄놀이는 조선의 남자 아이들의 머릿속에 일본 천왕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세뇌하는 놀이였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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