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의 상징으로까지 쓰여질 정도로 흑과 백은 극대 극의 명암 대조를 보이는 색깔이다. 불과 몇 년 전 문화 예술계에는 때 아닌 색깔 시비 의혹이 돌았던 적이 있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소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심지어 이러한 불공정한 지원 사례 의혹이 우리지역에서도 일어났던 것으로 드러나 모두가 경악한 바 있다.

지난 주, 이 사건에 관여했던 김기춘씨와 조윤선씨에 대한 선고가 있었고 그동안 영문도 모른 체 불이익을 당해왔던 문화, 예술인들의 법 감정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지고 그러한 행태의 재발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문화 예술은 대중들에게 정치나 종교, 이념을 가장 손쉽게 이해시키고 전달 할 수 있는 손쉬운 방편이다. 그래서 공익의 선한 일에 쓰여 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강제적인 동원과 교육으로 예술인들을 양육해 구미에 맞는 작품을 대중에게 전달시키는 도구로 전락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치인들은 자신을 지지하는 단체들을 가급적 많이 품고 끊임없이 문화 예술인들과 손잡고 싶어 하는 반면, 문화 예술인들에게도 권력에 줄을 서는 것은 예산 지원이나 행사 배정을 가장 손쉽게 받을 수 있는 달콤한 유혹이 되기도 한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여지없이 나타나는 `떴다방` 같은 유령 예술 단체들이나 여기 저기 캠프를 기웃거리며 저울질하는 일부 동료들을 통해서 이러한 양쪽 셈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제는 sns를 통해 매스컴의 뉴스매체보다 더 빠른 정보들이 전달돼 개인이나 단체들이 행해 온 이력들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소통의 시대다. 또한 시민의식이 높아져서 잠깐의 가면을 쓴 위선들은 곧바로 대중들에 의해 구분되고 걸러지게 된다.

영혼이 자유로울 때 진정한 예술이 나온다. 정치나 관에서는 그 영혼들을 가두고 편 가르려 하지 말고 예술인들은 새장과도 같은 권력의 굴레에 갇혀 비굴하게 날지 못하는 새로 전락 되지 않기를 당부한다. 박홍순 대전 민예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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