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은 진통제, 소염제이지만 저용량을 장기 복용하면 혈소판이 뭉쳐 생기는 혈관의 찌꺼기인 혈전 형성을 방지, 심장병이나 뇌졸중을 예방한다. 특히 고혈압, 고지질증, 당뇨, 흡연 등 위험인자가 있는 분들에게 저용량 아스피린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난 20년 간의 연구 결과, 아스피린이 암 발생과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 줬다. 저용량 아스피린을 5년 이상 복용한 사람에서 소화기암 특히 대장암, 식도암 발생이 줄었고 폐암이나 전립선암도 일부 위험도가 감소했으며, 장기간 아스피린을 복용한 사람의 암 사망 위험이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최근에는 암의 전이를 억제하고 유방암의 발생을 낮춘다고도 한다. 그러나 아스피린 복용만으로 암을 전부 예방할 수는 없고, 모든 연구에서는 아스피린이 암 발생과 사망을 낮췄던 것은 아니다. 또 암을 예방하면서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용량, 어떤 사람에게 효과가 있을지, 어떤 암에 효과가 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먹어야 하는지, 아스피린을 끊고 나서 언제까지 효과가 지속되는지 밝혀져야 할 것 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우선 위 점막을 손상시켜 위장 출혈과, 혈소판의 응집 등 지혈작용을 방해해 뇌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외상이나 수술을 했을 경우 혈액이 응고되지 않아서 출혈이 멈추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할까. 우선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을 경험한 환자들, 그리고 혈관이 막혀 혈관우회수술이나 스텐트 삽입 등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심장병이나 뇌졸중을 앓았던 환자에게서는 이차 예방 즉, 재발을 방지하는데 저용량 아스피린의 효과가 입증됐다. 이들 환자에서는 출혈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아스피린 복용하는 것이 이득이 더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혈압, 당뇨병, 흡연 등 위험인자가 두 가지 이상 있는 사람들은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의 일차 예방을 위해서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할 것을 권한다.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심장 및 뇌졸중 관련 학회에서는 아스피린의 복용에 대한 권장안을 발표하고 있는데 사람마다 연령, 성별, 콜레스테롤 측정치 등을 이용해서 10년 내 심장병이나 뇌졸중이 생길 확률은 계산한다. 그리고 만일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위험도가 높은 경우에 출혈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아스피린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위험인자가 있는 분들은 전문의를 찾아 10년 내의 위험도를 계산한 다음 저용량 아스피린의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면 건강한 노인들도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심혈관질환의 예방에 효과가 있을까. 2014년 5월 미국 식품의약청은 건강한 사람이 심장병이나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 아스피린 복용을 복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다시 말해서 아스피린 복용이 심장병이나 뇌졸중을 앓지 않았던 사람에서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발생을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위출혈이나 뇌출혈 같은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한다.

2018년 9월 16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건강한 노인에게 아스피린은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는 낮추지 못하는 반면 중증 출혈의 위험도만 높인다고 발표됐다. 이들은 2010년부터 2014년 호주와 미국의 70세 이상이면서 심혈관 질환, 치매, 신체적 장애가 없는 건강한 노인에 대한 저용량 아스피린의 심혈관 질환 예방효과를 검증했다. 이 연구에서는 모두 1 만 9000여 명을 대상으로 약 9500명은 저용량 아스피린을, 나머지 절반은 위약을 투여하고 4.7년 간 추적 검사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아스피린 복용군에서 심장질환 발생은 미미하게 감소하는 듯 보였으나 통계학적으로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고, 오히려 위장관 출혈, 뇌출혈 등 중증 출혈의 위험성은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게 높다고 한다.

결론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저용량 아스피린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이다. 모든 약에는 양면성이 있다. 아스피린도 마찬가지로 지혜롭게 쓸 때에만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승훈 을지대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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