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독서습관이 아이들 미래를 바꾼다

하늘도, 강물도 파란 가을이다. 교정에 뒹구는 낙엽을 보며 가는 여름이 아쉽기도 하지만 지난 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나무들은 어느 새 한 뼘씩은 자라고, 더위 만큼이나 더욱 단단하게 굵어진 느낌이다.

주말에 집 가까이에 있는 유성도서관을 찾았다. 오랜만에 와본 도서관, 책 넘기는 작은 소리, 쾌쾌하지만 익숙한 책 냄새며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창가에 앉아 독서하는 정겨운 모습에 왠지 설렘이 일었다. 머리를 맞대고 앉아 이리 저리 눈을 굴리며 책 속의 숨은 그림을 찾는 아이, 읽을 책을 찾아 서고 이곳저곳을 종횡무진하며 신나 보이는 아이들, 이어폰을 낀 채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중학생까지…. 한 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새삼 귀엽기도 하고 `아, 이제 정말 책 읽기 좋은 가을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만해도 버스나 지하철 곳곳에는 손에 책을 들고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 좌석에 앉게 되면 가방에서 책 한 권쯤 꺼내 읽는 어른들도 있었고 메모장을 펼쳐 들고 공부에 집중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책을 대신해 스마트 폰이 손에 들려진 모습들을 더 쉽게 볼 수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서로 눈을 마주칠세라 스마트 폰으로 또 다른 대상과 소통을 한다. 요즘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벌써 게임에 능수능란한 아이들이 많다. 사람과 소통하기보다는 사이버 상에서 소통하고 즐기고 개인의 필요를 해결한다.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서 점점 사람과의 관계를 불편해 한다.

기계문명이 급속도로 발달돼가는 편리함 속에서 `참 좋은 세상이구나`하고 생각하다가도 사람 사이의 정이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행복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되기도 한다.

사람이 행복하고 균형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대화와 토론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꾸준한 독서와 함께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주고 보여주는가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독서량이 매우 낮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학교 성적 올리기에 집중하다 보니 학습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독서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불안감으로 이어져 책 읽기에 소홀해진다. 고등학교 시기에는 대학 입학에 대한 부담감으로 책 읽을 시간이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독서는 간접 경험 뿐만 아니라 생각의 폭과 깊이를 한 층 더 넓고 깊게 해준다. 필자의 생각과 감성에 공감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며 사고의 폭이 커지고 삶을 바라보는 안목이 풍부해진다. 서양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 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했다. 조금씩 노력하는 독서의 습관화는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독서는 습관이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 중요한 환경을 부모들은 어떻게 만들어주고 보여줬는가?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의 환경이나 습관을 바꿔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 봐야 되지 않을까?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다. 단지 실천의 시기와 방법의 차이에서 아이들에게 많은 것이 달라지고 좋은 결과들이 더디게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책을 읽은 시간이 자신의 통장에 저축 금액이 불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보자. 아이들과 함께 가정에서 책을 읽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자.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 만이라도 독서가 습관화 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책 읽기의 시간을 따로 정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간섭이 아니라 책 읽기의 방향 제시를 해 줄 수 있는 부모 역할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의 삶이 더욱 풍요롭고 다채롭지 않을까?

솔바람 마주하며 사색에 잠기고픈 가을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청명한 하늘빛이 인간의 감성을 충분히 자극해 주는 계절이다. 손에 책 한 권 들고 아이들과 책을 놀이 삼아 이 가을을 마음껏 즐겨보면 어떨까 한다.

이영석(대전중리초 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