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결혼이주여성 김은옥씨, 이중언어 코치 강사 활약

"결혼 이주여성들이 한글을 빨리 배우고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데 힘쓰겠습니다."

대전의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근무하며 결혼 이주 외국인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고, 한국의 문화를 알려주는 결혼 이주여성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은옥(32·여·베트남 국적)씨.

김씨는 지난 2005년 베트남에서 한국 남성과 결혼 후 대전에 둥지를 틀었다. 베트남에서 자란 김씨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한국말을 한 마디도 할 줄 몰랐다. 하지만 언어감각이 좋은데다, 습득력이 뛰어났던 김씨는 한국인 선생님을 통해 1대 1 과외를 받으며 한글을 읽혔다.

김씨는 "당시만 해도 한글을 가르쳐주는 기관이 없어서 월 10만원을 주고 1주일에 3일을 3시간씩 1년간 공부했다"며 "발음을 배우고, 낱말을 익히고, 글씨를 쓰며 자유롭게 말할때까지 꼬박 5년이 걸렸는데,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베트남어는 존댓말이 없는데다 어순이 한국어와 달라서 문장을 만들어 입 밖으로 내놓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김씨는 "한국어에서는 `나는 학교를 간다`고 하지만 베트남어는 `가다 학교`처럼 어순이 반대고 문장도 잘 이어지지 않는다"며 "13년전에 9명이 한국에 같이 왔는데, 한글이 가진 매력에 빠져 매일 공부하다보니 토픽(한국어능력시험)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6단계) 바로 아래인 5급을 취득하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글의 참 맛을 느낀 김씨는 대전국제교류센터에서 1년간 자원봉사로 베트남어를 가르쳤고 이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서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중언어 코치 강사로 활동하면서 결혼 이주여성들이 자녀에게 모국어를 가르쳐주는 방법과 노하우를 전수했다. 과거에는 한국의 가부장적인 환경속에 자녀들이 한국어만 익히게 했지만, 최근에는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강점이 되면서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학업(건양대학교 경영학과 대학원 3학기)을 이어가기 위해 센터를 그만두고 대전의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결혼 이주여성들을 위한 통·번역 일을 맡고 있다. 단순히 통역을 해주는 선이 아닌 같은 결혼 이주민 여성으로써 한글과 문화까지 알려주는 문화전도사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

김씨는 "국제결혼을 하려는 여성에게는 기본적인 한글 교육부터 시부모 대하는 태도와 한국 문화와 음식, 예절 등을 모두 포함해 사전 교육을 철저히 시킨다"며 "한글은 배움이 깊어질수록 어렵지만, 느는 기쁨도 큰 만큼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수 있도록 그들 편에서 돕는 일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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