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신도시 축산악취 주민 생활불편 호소

"퀴퀴한 냄새가 얼마나 심한지 고3 수험생이 공부하다 구토 증세를 보이고, 잠자던 어린아이는 코를 막고 잠에서 깰 정도입니다. 처음 멋모르고 이사 온 젊은 부부들도 창문을 닫고 살아야 하는 지옥생활(?)에 어떻게 하면 다시 이곳을 떠날까 고민합니다. 하루빨리 축산 농가를 폐업시키든, 이전시키든 결단을 내려야지 더 이상 이대로는 못 살겠습니다." 1주일 전 홍성군 내포출장소에서 열린 내포신도시 축산악취 개선 협의회에 참석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이번엔 양돈농가 대표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맞받아쳤다. "안 그래도 충남도와 홍성군 환경과, 축산과 직원들이 전화도 없이 불시에 조사를 나와 항상 죄인처럼 쫄밋대며 축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격이지, 여기 농가들은 최소 몇 십 년씩 이 자리에서 생업에 종사한 사람들 입니다. 우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날 회의는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고 아무런 대책 없이 흐지부지 끝났다.

내포신도시가 축산 악취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상 최악의 폭염이 닥친 올 여름은 특히 더했다. 농장들이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를 막기 위해 축사를 완전 개방하고 환풍기 등을 가동해 축사 내 공기를 배출하면서 야간시간대 악취가 온 도시를 뒤덮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도 지난해 비해 7월 이후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대형 상가 지하주차장은 한 번 들어찬 악취가 오랫동안 빠지지 않아 이용객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다.

내포신도시 악취 문제는 충남도청 이전을 위한 신도시 개발 계획 단계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대서 비롯됐다. 도청의 지리적 위치에 대한 지역이기주의는 차치하고라도 예정지역 인근에 대규모 축산 시설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묵과한 채 신도시 조성에 따른 막대한 수용 보상액 등을 이유로 내포신도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규모를 축소하고, 향후 발생할 축산 악취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그대로 존치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책 결정권자들을 누구라고 꼬집어 탓할 수는 없지만 지금 감내하기 힘든 이 고통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됐다. 축산악취 문제를 예견하고도 아무런 대책 없이 신도시를 조성한 충남도가 이 문제 해결에 드는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홍성군의회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현재 내포신도시 일대 반경 2㎞ 내에는 52개 농가와 기업 등에서 소·돼지 등 12만 70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곳에서 하루 발생하는 분뇨량만 200t에 이른다. 이들 농가 대부분은 축사가 노후돼 시설 등 환경 개선에 한계가 있다. 특히 한 기업의 경우 50여 동에 1만 5000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 축산 악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충남도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축분뇨 수거비용 지원, 악취저감제 보급, 수분 조절제 지원, 안개분무시설 설치, 바이오커튼 지원, 악취 개선반 편성·운영 등이 고작이다. 그나마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는 내년에도 축산 농가의 악취 저감을 위해 23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제는 수년째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고도 효과가 적은 단기 대책보다는 축사를 이전·폐업하는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충남도청 이전 당시 500여 명이던 내포신도시 인구는 지난 7월 기준 2만 4000명을 넘었다. 환황해권 중심도시를 표방하며 점차 신도시로써 면모를 갖춰가면서 도시의 양적 팽창 못지않게 질적 정비도 간과해선 안된다. 해결해야 할 수많은 지역 현안 중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책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날 회의장을 나오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포신도시에서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이 나뉘지 않고 하나가 되려면 앞으로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될까. 송원섭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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