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시인 허수경(54) 씨가 암 투병 끝에 지난 3일 오후 7시 50분에 별세했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허 시인은 최근 병세가 악화돼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장례는 현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목장으로 치러진다.

고인은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해 왔으며, 지난 2월부터 신변을 정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진주 출신인 허 시인은 경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상경해 방소사 스크립터 등으로 일했다.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고, 이듬해 첫 시집인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와 `혼자 가는 먼집`을 낸 뒤 1992년 돌연 독일으로 건너갔다.

이국인 독일에서 오랜시간 모국어로 시를 쓰며 고고학적 상상력과 비옥한 여성성의 언어를 보여줬다는 평을 들은 고인은 뮌스터대학에서 고대 근동 고고학을 공부하며 박사학위를 받았다.

특히 2001년 발간한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는 모국어를 향한 그리움 등이 잘 녹아 있으며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 등이 뭍어난 역작으로 통한다.

고인은 시 외에 소설과 동화, 산문 등 다양한 글을 썼고 독일 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하기도 했다.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책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2001), 전숙희문학상(2016), 이육사문학상(2018)을 수상했으며, 싱어송라이터 한희정(39)이 고인의 작품에 멜로디를 붙인 `바다가`를 발표하는 등 대중문화 예술인들 사이에서도 지지를 얻었다.

유족으로는 독일에서 지도교수로 만나 결혼한 남편이 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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