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미의 독립영화 읽기

춘천이라는 도시에 대해 의레 말할 때면 풍요로운 산과 강, 그리고 소담한 절이 떠오르면서 아름다운 곳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 곳에 살고 있는, 또는 고향으로 두고 있는 이들에게 `참예쁜 곳`이라고 말을 건네면 서울과 가까워서 오히려 내지인들은 그곳을 많이 떠난다고 듣곤 했다. 철도가 놓이며 거리의 감각이 사라져 버린 도시는 내지인들에게 더 이상 호명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러한 시대에 춘천이라는 이름을 되짚듯 두 번 부르는 이 영화 `춘천, 춘천`은 춘천에서 자라났던 장우진 감독의 첫 영화이다. 취업준비를 하던 동창의 옛 전화 한 통과 춘천행 기차에서 근처에 앉은 중년남녀의 대화를 들었던 감독의 경험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상경을 꿈꾸는 취업준비생 지현과 인터넷으로 만나 처음으로 만남을 갖게 된 흥주와 세랑이 보내는 춘천에서의 이틀을 그리고 있다. 지현의 여정과 흥주와 세랑의 여정은 서로 다른 출발점을 가지고 있지만 닮아있다. 춘천시의 낙후된 지역에 있는 지현과 춘천 도심의 번화가에 있던 흥주와 세랑은 마라톤대회를 만나고 소양강을 건너서 청평사에 도착한다.

서로 각자의 소원을 빌어보고 여러 이야기도 나눈다. 지현은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동창에게 미안함을, 흥주와 세랑은 서로가 알고 있는 사소한 것들과 과거의 일들을 꺼내어 놓는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들은 서로에게 가닿았다가도 이내 흩어져 버리고 만다. 그들이 내뱉은 말들은 모두 과거의 추억에 기댄 것이기에 실질적으로 그들의 현실 안으로는 파고들 수 없는 묻혀진 것들이다. 그저 남은 것은 풍경과 지금 이 순간의 사람, 카메라가 붙잡은 이미지들이다. 그 간극은 소양강 위로 안개가 자욱해 질 때에야 깨닫게 되고 만다. 풍경이 사라진 이미지에서 남겨진 인물들은 자신이 처한 모종의 현실과 자기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멀리서 이야기하는 춘천과 그 도시 안에서 이야기하는 춘천. 그 간극에서 오는 것은 외로움이다. 너는 나를, 그리고 나 역시 너를 잘 모른다는 고독.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춘천에 대한 감각을 일깨운다. 그렇기에 춘천을 되짚어 두 번 불렀을 때에야 춘천이 우리에게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장승미 대전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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