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수순이었지만 그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임명장 수여식 풍경은 낯설었다.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배우자 대신 시어머니가 처음으로 참석한 것도 의외였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반대하는) 여론이 절대 다수, 과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그것이 국민 다수의 여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교롭게도 후보자 생일 날 청와대가 잔칫집 멍석을 펴준 셈인 데 국민 눈에 어떻게 비쳤을 지 모르겠다.

재선 의원인 유 부총리는 교육분야 상임위 활동을 꾸준하게 해왔다는 점에서 "전문성이 전혀 없다"는 야권의 주장에 억울해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황우여 사회부총리도 의정 이외의 이렇다 할 교육 경력을 찾기 힘들다. 대선 선대위 대변인 등으로 활약하며 보여준 친화력으로 보아 소통 기대감을 키우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80년 대 대전에서 수배자로 숨어 지낼 때 단팥빵이 먹고 싶으면 성심당에 가곤 했다는 그다. 큰 키에 눈에 띄는 외모로 위축될 만 했는 데 보기와 달리 강단과 배짱을 지닌 모양이다.

그럼에도 7만 명 넘게 반대 청원에 나선 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흠결 때문이다. 딸의 위장전입과 배우자 회사직원 비서 채용 등의 의혹을 받았다.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해선, 휴일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고 거짓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 정부 들어 `의원 불패` 관례를 깨고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게 무리가 아니다. 출마가 확실시 되는 차기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경력 관리용` 자리에 머물 것이라는 눈총이 더해진다. 첫 여성 부총리이자 23년 만에 나온 여성 교육부 장관으로서 능력을 발휘하는 게 발등에 불이 됐다.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취임식에서부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저에 대한 우려가 기대로 바뀌고, 교육에 대한 국민 불안이 믿음으로 바뀌게 노력하겠다"라는 게 취임의 변이다. 그러면서 고교 무상교육을 1년 앞당겨 내년부터 시행하고, 교육정책 결정의 새 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는 유치원 영어교육부터 고교 체계 개편까지 `뜨거운 감자`가 차고 넘친다. 당장 오늘 출석할 국회대정부질문 데뷔 무대에 이목이 쏠린다.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라지만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청와대 스스로 정한 인선 원칙을 훼손한 부분이 그렇지만 절차를 무시한 측면이 특히 걸린다. 지난해 11월 7대 비리·12개 항목의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만들었지만 얼마나 실천 의지가 있는 지 의문부호를 떼지 못했다. 무엇보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가운데 임명을 서두른 건 인사청문회 존재 이유를 부인한 것으로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유 부총리를 포함하면 청문보고서와 무관하게 임명된 장관급은 새 정부에서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6명이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문보고서를 무시한 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 임명장을 주자 `오기·불통 인사`라며 비난한 게 더불어민주당이다. 문 대통령이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 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라고 했으니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는 말인가. 앞서 임명 강행한 5명은 모두 전설의 업무 능력을 발휘라도 했나.

2000년 도입된 국회인사청문회가 장관으로 확대된 게 참여정부 때인 2005년의 일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요구를 전격 받아 들여 오늘의 청문회로 자리 잡기에 이른다. 매사에 "이의 있습니다"로 상징되는 문제 제기와 토론, 여론 수렴을 강조해온 노 전 대통령다운 결정이라는 평가였다. 정권이 3차례 바뀌었건만 인사청문회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가뜩이나 정국이 `예산정보 유출` 논란으로 꽉 막혀 있는 상황이다.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와 다를 바 없는 여야가 가속 페달을 더 거칠게 밟아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송신용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