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잇다 연극 `사라진 연꽃` / 사진=대전광역시청 문화재종무과 제공
사이잇다 연극 `사라진 연꽃` / 사진=대전광역시청 문화재종무과 제공
`창고가 꾸는 꿈, 창고에서 꾸는 꿈은 어떤 색일까. 잠자고 있던 창고를 깨워 2018년의 우리와 만나게 한다. 창고와 우리가 만나고, 우리와 우리가 만난다. 시간을 거슬러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전시는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간 소제동 철도보급창고에서 2018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사업 `사(絲)이(異)잇다` 9월 프로그램인 창고단편연극제, `시간을 잇다`를 개최했다.

시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와 지역 연극계의 발전 방향 등을 함께 고민해 기획된 창고단편연극제는 우리 지역 대학의 연극 동아리 4팀을 비롯해 청년 연극팀 2팀과 노인 연극 동아리, 직장인 연극팀 각 1팀씩 총 8팀이 출연, 창작극을 선보였다.

토요일인 29일에는 오후 8시부터 대전대의 `메모리즈 Memories`, 한남대의 `1970`, 충남대의 `기적이 울리면`, 목원대의 `사라진 연꽃`이 연속으로 무대에 올랐다.

`메모리즈 Memories`는 기차역 대합실이 떠나가려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는 점에 착안한 작품이다. 대전대 방송공연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김은혁, 송연희, 김주현)의 손을 거쳐 탄생한 이 작품은 쉬이 공유할 수 있으면서도 공유하지 못하는 모순으로 현대인의 기억 파편들과 소외를 나타냈다. 극중 인물들은 대합실에 모여 기억들을 공유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기억을 간직하고 떠나고, 누군가를 기다리기도 한다. 이별과 만남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이 엉켰다가 풀어지는 대합실은 기차들이 한데 모였다 다시 흩어지는 기차역과 닮았다.

`1970`은 1970년의 대전역 가락국수 가게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대전의 역사 이야기이다. 1971년 호남선이 대전역에서 완전히 분리되기 전인 1970년. 할머니가 오랫동안 운영한 대전역 가락국수 가게에서 출장 가는 충남도청 직원이 충남도청과 춘일정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환승을 기다리는 여행객들과 역무원 선후배가 모여 소제동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남대 역사교육과 연극영화학회 `아리랑` 회원들(이정현, 고서연, 박채림, 한지희, 서규향, 이재원)이 모여 만든 이 연극에는 대전의 역사가 곳곳에 녹아들어 있어 대전역사학습의 장으로써 시민들에게 다가왔다.

이어지는 연극은 충남대 시나브로 극회의 연극 `기적이 울리면`이었다. 시나브로 극회는 1972년 창립된 충남대학교 연극동아리로, 이번 연극에는 임효진, 홍원표, 김인혜, 변훈, 육지혜, 이해나 등이 출연했다. 구한 말 조선에는 철도를 중심으로 근대 도시가 형성됐고 그 중심에 위치한 대전역에는 늘 사람이 몰려들었다. 대전역으로 향하는 기차 속에서 독립군과 장사꾼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 작품은 철도를 따라 달리기 시작하는 꿈과 희망, 인간의 욕망을 얘기한다. 철도는 근대화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일제의 야욕이자 참담한 패배의 상징이다. 그 위를 달리는 기차를 폭파시키기 위해 두 독립군이 기차에 오르지만 이내 기차에 탄 조선인들을 보고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들의 꿈이 우리가 지켜야 하는 조선의 꿈`이라는 독립군의 마지막 대사가 인상 깊었다.

마지막 무대는 목원대 TV영화학부 연기전공 학생들(김유경, 오지연, 조수현, 이미옥)의 연극 `사라진 연꽃`이었다. 이 작품은 만남과 이별이 가득한 대전역에서 하염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한 여인과 기차가 담는 수많은 사연과 사람들의 발길들을 표현했다. 여인이 기다리는 사람이 누군지는 끝내 나오지 않지만 간절한 기다림을 표현하는 연기와 무대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창고연극제를 기획한 남명옥 씨는 "참여 연극인들이 보여준 창작에 대한 의지와 지역사(地域史)에 대한 관심이 올 여름의 더위보다 더 강렬했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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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잇다 연극 `메모리즈` / 사진=대전광역시청 문화재종무과 제공
사이잇다 연극 `메모리즈` / 사진=대전광역시청 문화재종무과 제공
사이잇다 연극 `1970` / 사진=대전광역시청 문화재종무과 제공
사이잇다 연극 `1970` / 사진=대전광역시청 문화재종무과 제공
사이잇다 연극 `기적이 울리면` / 사진=대전광역시청 문화재종무과 제공
사이잇다 연극 `기적이 울리면` / 사진=대전광역시청 문화재종무과 제공
사이잇다 출연진 / 사진=대전광역시청 문화재종무과 제공
사이잇다 출연진 / 사진=대전광역시청 문화재종무과 제공

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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