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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인간다운 세상' 으로 통하다

2018-10-03기사 편집 2018-10-03 13: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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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 마이클 샌델·폴 담브로시오 지음/ 김선욱 외 옮김/와이즈베리/464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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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로 한국사회에 '정의' 열풍을 일으킨 미국 정치철학자이자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마이클 샌델(65).

그의 명성은 전세계적이지만,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

그의 강연은 중국어로 번역돼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졌고 중국 학계는 그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9명의 중국 철학 연구자들이 샌델 교수의 정의론과 중국 철학의 관계에 대해 담은 논문 10편을 엮은 책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를 출간했다. 부제는 '중국의 눈으로 바라본 마이클 샌델의 정의'다. 샌델은 이들이 제시한 관점들을 수용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다시한번 비교·검토한다.

서양 철학에 '정의'가 있다면 동양 철학에는 '조화'가 있다.

중국 학자들은 서양 철학의 정의를 대신할 개념으로 조화를 든다. 조화는 각각의 요소들이 전체를 구성하면서 스스로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라는 것이다. 단순히 동의나 일치를 뜻하지 않고 역동적으로 발전하면서 균형을 추구할 수 있다고도 했다.

중국학자들은 도가 사상의 핵심인 자발성 혹은 스스로 그러함을 나타내는 '자연(自然)'과 만족할 줄 아는 것을 뜻하는 '지족(知足)'이 과도한 욕망을 경계하는 샌델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고 봤다. 샌델은 자신의 저서인 '완벽에 대한 반론'에서 생명공학과 유전자 조작에 대해 철학적으로 비판했던 터. 그는 그러면서 이런 기술의 발전이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초래할 것 이라고 주장하면서 '완벽한 인간'을 추구하는 프로메테우스적 충동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또한 중국학자들은 도가 사상에서 음양(陰陽)의 개념은 '성'을 선택하기 위한 낙태나 젠더 차별에 대한 도덕적인 문제를 지적한 샌델의 주장과도 방향성을 같이한다. 인간의 정체성을 성을 기준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닌 '음'과 '양'으로 파악함으로써, 인간의 다양성과 창조성이 발현될 가능성을 열어둔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음양의 개념을 양을 남성으로, 음을 여성으로 단순하게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처럼 샌델과 도가 사상의 이론적 핵심이 서로 별개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인간 존재를 해석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함에 있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가 중국의 철학적 전통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인상을 갖고 있다"는 샌델의 말차럼, 한국과 중국은 사회문화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그 중 우리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 유가사상이다. 하지만 오늘날 유가사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나치게 권위적이거나 엄격하다. 남녀 차별 문제, 직장 내 위계를 바탕으로 한 폭력과 성희롱, 직업에 대한 귀천 의식 등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다영한 모습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 문제는 유교사회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과거서부터 지금까지 특정 계층에 의해 본질이 훼손되고 악용돼 왔기 때문이다. 그런측면에서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당연시돼 왔던 사회 인식을 바꾸고 환기시켜 주는데 좋은 길라잡이가 돼 줄 것이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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