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최근 남북관계에 많은 변화가 보이고 있다. 과거에도 남북 간 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방법과 형식은 다를지 몰라도 과거 정부도 나름대로 남북 간의 대결구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 노력은 그 궁극적 목표를 북한의 비핵화에 두고 남북 간 관계개선과 미·북 간의 관계개선까지 연계해 좀 더 폭넓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외연적으로는 적잖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과거 행태와는 다르게 진정성을 가지고 핵무기 포기 약속을 철저히 이행하고 국제무대의 일원으로 나오겠다는 결심을 하고 약속한 대로 이행해 나간다면 이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남북, 미북 간 협의 과정에서 방향을 선회하여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갈 경우에는 오히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분명한 것은 언제까지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끝없는 갈등과 대결상태로만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일지라도 남북 간 대결구도를 근원적으로 청산하고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은 계속해 나가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한반도가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으로 인식되는 것만큼은 해소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에 평화를 상징하는 상징성 있는 국제기구나 UN세계평화대학 등이 DMZ 일대에 유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단순히 남북뿐만 아니라 동북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따라서 한반도에 남북 간의 대결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평화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평화 이미지 구축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왔다. 그런 측면에서 접경지역의 평화상징지역화를 위한 노력이 가시화 되었으면 한다. 미국 뉴욕에 있는 UN본부는 세계평화의 상징이다. 단순히 다른 건물과 다른 또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UN본부는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평화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인 DMZ 일대에 평화를 상징하는 국제기구와 세계적인 평화 전문가를 양성해 낼 수 있는 평화대학이 설립된다면 이 자체만으로도 전쟁 억제와 평화를 조성해 나가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정부에서도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해 대통령이 직접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통해 정전 60주년을 상징하는 DMZ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이후 통일부를 비롯한 관련부처들로 구성된 세계평화공원추진기획단을 구성,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바 있다. 당시 정부의 의지를 보면 DMZ 전 지대를 세계 최고의 생태·평화지대로 조성해 나갈 계획임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일부지역을 평화공원형태로 조성해 상징성을 부여하고 이 공원을 중심으로 DMZ 동서를 연결해 단계적으로 개발해 나간다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뜻대로 추진되지는 않았지만 현 정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국제기구 유치와 평화대학 설립 추진 등도 같은 목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남북관계가 개선되어가고 평화조성을 위한 여건이 무르익는 상황과 연계해 UN관련 국제기구와 함께 세계평화대학을 설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세계평화박물관, 세계이산가족만남의 장, 세계평화현충원, 세계평화국제회의장, 세계평화명예의 전당, PKO 활동관, 세계평화의촌, 세계평화수목원, 세계평화기념탑, 유해발굴전시관 등 평화를 상징하는 여러 가지가 함께 어울리는 지구촌 최고의 평화 존(Zone)이 단계적으로 조성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

이세영 건양대 군사경찰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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