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 자료를 준비하느라 새벽 3시에 퇴근한 적 있는데 피로감에 도저히 운전을 못할 것 같아 대리운전을 불러 집에 갔어요."

일선 공무원에게 행정사무감사의 업무 강도를 물어봤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미 자체 감사, 시군의회 행정감사, 감사원 감사, 정부합동감사 등 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행정력이 동원되고 있는데 시군 행정감사까지 더해지면 업무량이 과중한 것은 물론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려는 시기와도 맞지 않다고 했다.

충남도의회가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시행하는 것과 관련해 시군 및 시군의회의 반발이 거세다. 오는 11월 6일부터 19일까지 도정과 교육행정을 점검하는 도의회 행정감사가 시작되는데 이번 행정감사에서는 부여, 천안, 보령, 서산 등 4곳을 대상으로 한 감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10대 도의회는 지난해 6월 시군에 대한 행정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안` 일부 개정안을 가결했으나 각 시군 반발 등으로 유보하기로 했고, 올해 구성된 11대 의회에서 시군 감사 계획을 세우고 2018년도 행정사무감사 계획 승인의 건을 통과시켰다. 행정감사를 통해 시군 보조사업 등을 들여다보고 관련 예산이 제대로 사용됐는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새롭게 출범한 도의회가 시군 행정감사를 강행하는 것에 대한 배경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2014년 중단됐던 시군 행정감사가 부활하면서 시군 및 시군의회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충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 등 충남도의회 시군 행정사무감사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의회 차원의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도의회 권한을 높이겠다는 발상과 시군에 대한 영향력 강화 목적 외에는 명분이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시군 행정감사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1일에는 도청 앞에서 시군 행정감사 계획 철회 관련 집회를 갖고 도의회 의장을 만나 이번 임시회에서 상의해보겠다는 확답을 받아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으나 당장 행정감사 대상 시군은 이달 15일까지 행정감사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업무 과중을 둘러싼 도의회와 시군 간의 갈등, 권한 침해에 따른 도의회와 시군의회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무조건 강행하기보다 시기 조정 등 대책을 모색해 도민을 위해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결과를 기대해본다. 충남취재본부 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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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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