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성훈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울증은 인구 100명 중 15명이 평생을 살면서 한 번 정도 앓을 만큼 흔한 질병이면서도,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이기도 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인의 공통된 문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인류를 가장 괴롭힐 질병 중 하나로 우울증을 지적한다.

우울감, 식욕부진, 만사 귀찮음 등 정신적인 증상만 나타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흔히 우울증은 흔히 마음이 슬픈 상태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 슬프다는 것과 우울하다는 것은 별개의 현상이다. 우울하다는 것은 정신과 신체의 에너지가 고갈돼 지친 상태이다. 때문에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고 입맛도 없고 활동성도 줄어들게 되며 때로는 삶 자체의 의미를 잃어버려 외적으로 힘든 상황이 없는데도 `죽고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다시 말해 두통이나 어깨 결림, 통증, 소화불량, 피로감 등의 신체적 증상 역시 우울증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체적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고, 막연한 우울감이나 집중력 및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우울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스스로 저조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말 그대로 `병마`와 싸워 이겨보자는 굳은 의지 또한 필요하다.

지금 우울증에 빠져 있는 경우 당장 행동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몸을 움직이려고 애써야 한다. 적어도 1주에 세 번 이상, 적어도 땀이 약간 밸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하고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공통관심사 추구로 친밀한 인간관계에서 동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바둑, 낚시, 영화감상, 공연관람 등 뭔가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활동들도 필요하다.

달거나 카페인이 많은 음식은 피하고,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피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또 영양상태가 나빠지고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틈나는 대로 햇빛과 자연을 접해야 한다.

우울증 환자는 실내조명을 밝게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정신적인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되도록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도 극복되지 않으면 전문의의 상담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찾아주는 약물 치료를 15일 이상 투약해야 하며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는 달리 습관성이 되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도 거의 없다.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의사의 중단지시가 있을 때까지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정성훈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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