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날.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생활문화의 향유와 가치가 중요해진 지금, 우리는 일상에서의 삶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과, 재미있게 살려는 마음이 합쳐진 문화정책들을 `문화가 있는날`이라는 이름으로 만나고 있다.

지역의 예술가들로, 지역의 청년작가들로, 지역의 생활문화동아리로, 지역의 어르신들로 인해 생동감 있고 즐거운 예술의 장이 곳곳마다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일상이 문화가 될 수 있음을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문화의 가치를 뒤늦게 깨달은 것일까. 삶속의 문화가치가 이제는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시대`라는 이름의 국정과제와 `생활문화 정책 추진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으로써의 문화적 권리 확보`,`지역간 문화격차 해소`,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 강화`라는 목표가 도출되고 있으니 정말 생활문화의 시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2017년 기준, 지역문화진흥원 문화가 있는날 사업추진단 자료에 따르면, 전국 273개 문화예술단체가 지원해 지역특화프로그램, 청춘마이크, 직장배달콘서트, 문화예술 소셜다이닝 등의 프로그램으로 약 14만 2000여명이 관람했으니 대단한 성과다. 날짜와 시간의 특성을 살려,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등의 행복한 생활속에서 문화창작활동이 시민과 주민을 만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해마다 시간과 공간의 상징성을 가지고 펼쳐지는 지역축제가 `문화가 있는날`이라는 문화정책과 연계성이 다소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축제역시 일상속에서 삶의 여유와 가족간의 행복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임에도, 지역축제기간도 `문화가 있는날`이라는 생각들이 부족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는 문화정책의 펼침과 향유의 방법, 가치 확산을 위해서는 소관부서와 소관기관만 열심히 움직여서는 안 된다. 축제와 문화가 별개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참다운 문화가치 확산을 위해 부서를 뛰어넘고, 부처를 뛰어넘어야 한다.

지역문화진흥원 문화가 있는날 심의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일상속에 펼쳐지는 예술가들이 `판`이 한정되어 있는다는 것이다. 나는 축제가 그들과 함께하면 정말 좋은 문화적 시너지가 발생되리라 믿는다.

그래서, 나름의 고민을 했다. 지역의 축제를 색다르게 알릴 수 있는 의미가 있는 문화공연이 무엇이 있을까?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였다. 길거리 버스킹 공연이라는 이유로 전통시장, 도시 중심거리, 공원 등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청년예술가들에게 좀 더 다중이 모이는 `판`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청년예술가들은 그들의 끼를 펼칠 수 있는 `판`이 필요함을 느꼈고,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축제는 상큼하고 실력있는 청년예술가들이 필요로 함을 느꼈다. 결국, 지역문화진흥원 문화가 있는날 사업추진단을 설득해 8월 영동포도축제장으로 실력있는 청년예술가들을 유치하게 됐고, 10월에는 영동난계국악축제와 대한민국와인축제에 충북지역의 청년예술가들이 그들의 끼와 열정을 펼치는 `판`이 만들어 진다.

대다수의 청년예술가들이 많은 청중들 앞에서 공연하기를 고대할 것이고, 농촌축제장에서는 관광객들이 끼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공연이 상큼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전달되는 문화정책방향과 정책과제는 의미없는 성과로 포장될 뿐이며, 문화를 누릴 준비가 되고 권리를 가진 향유자에게 어렵게 받아들여질 뿐이다.

일상에서 꽃피워야 할 문화정책이, 대한민국 축제의 계절인 가을에 더욱더 활짝 피어나 `축제기간도 문화가 있는날`이였으면 좋겠다. 백성우 (재)영동축제관광재단 축제관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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