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추석이었다. 집집마다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간 거의 빠짐없이 얘기된 주제가 바로 `집`에 대한 얘기였다. 올해 초에는 지인들이나 친척들이 모이면 가장 화두가 된 것이 비트코인과 부동산의 두 가지 주제였다면, 이번 추석 때에는 비트코인은 거의 얘기가 없었고 부동산 특히 `집`이 주로 회자되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을 시대 변화에 맞추어 `사촌이 강남 아파트 혹은 서울 아파트를 사면 배가 아프다`로 바꾸어야 될 지도 모른다.

정부는 돈과 말로 일을 한다. 즉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이나 벌금 등을 부과하여 국민에게 제공하는 편익과 비용을 통해 국가가 목적하는 바를 추진하기도 하고, 정책이나 규제를 만들어 국민들로 하여금 이를 지키도록 하여 정부의 업무를 수행한다. 심지어 정책이 수립되기 전 정책 구상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 혹은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기도 할 만큼 정부의 말 즉 정책은 매우 위력적이다.

정부의 정책은 국민들이 통상 체감하는 것보다는 성공할 때가 많다. 주로 신문지상에서 나오는 사건들은 실패하거나 잘 추진되지 않은 정책이나 규제에 대한 내용들이며 미담이나 잘 수행되고 있어 특별히 논의할 바가 없는 것들은 당연한 것처럼 간주되어 그냥 지나치게 된다. 그런데 지난 몇 십 년 동안 꾸준히 유독 자주 그리고 눈에 띠게 실패하는 정책 영역이 있다. 그 영역은 바로 부동산 특히 주택과 관련된 정책 분야이다.

정책이 목적과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 실패하는 경우를 규제의 역설, 혹은 정책의 역설이라고 칭한다. 다른 분야보다 주택 관련 정책 분야애서 유독 규제의 역설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액면에서는 평균적인 개인이 가장 고가로 비용을 지불하는 대상이기도 한 주택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주택은 일단은 당연히 필수재로 분류되지만, 모든 집들이 필수재도 아니며 일부 개개인에게 집은 심지어 사치재의 성격을 가질 때도 있다. 또 불행히도 요즘 부동산은 한국 사회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거의 마지막 투자 기회로 인식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상반기 비트코인과 함께 부동산이 화두가 되었던 것은, 구직의 어려움과 직업의 불안정성, 은행의 낮은 이자율, 높은 물가 등으로 이제는 근로소득만으로는 자산 축적이나 노후 대비가 어려워지고 많은 이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던 와중, 기회가 자신들 옆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는데 이를 놓친 것에 대한 후회였다.

올해 똘똘한 집 한 채란 새로운 용어가 생겼다. 그런데 정말 똘똘한 것은 집 자체가 아니라 주택에 대한 수요를 정책에 맞춰 즉각 바꿔버린 국민이었다. 인터넷과 네트워크 시대에서는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전파가 매우 빠르며, 국민 개개인은 법이나 정책의 허점이나 이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쉽게 습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어차피 하나라면 가장 가성비 좋은 집을 가지고자 하는 수요가 정책 변화에 맞춰 전국적으로 창출되었으며, 그 때문에 경쟁적으로 강남의 집이나 더 똘똘한 집으로 주택 수요가 옮겨가고 9월 새 정책 발표 시까지 강남과 서울의 집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정책 수단과 결과에 대한 복잡한 인과관계를 제대로 설계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인과관계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동기와 행위 선택, 국민의 사회경제적 현실과 심리에 대한 이해가 포함되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경우 정반대의 결과가 유독 많이 나타나는 것은 주택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매우 다양하고 이들의 동기도 모두 달라 이를 다각적으로 고려한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예상하지 않은 부작용이나 허점, 문제점이 드러나기 매우 쉬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특정 지역에 대한 규제는 대개는 그 인근지역에서 반사이익과 풍선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해관계자와 그들의 여러 가지 동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경우 정책의 역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국민이 전국적으로 관련된 주택에 대한 정책은 따라서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다양한 국민의 이해와 수요를 파악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황혜신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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