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어울리며 문제 해결 능력 향상

학교에서 놀이를 교육으로 운영한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어느 날 선생님 한 분께서 "놀이를 하면 왕따도 막을 수 있겠다"고 하셨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러했다. 놀이 시간이 돼서 아이들이 모두 놀이터로 몰려갔는데, 교실에 아이 하나가 동그마니 앉아 있더라는 것이다. 평소에 말이 없고 차분하다고 생각한 아이였지만, 그 모습을 보니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아이를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게 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의 표정이 밝아지고, 수다쟁이로 변했다고 너스레 떨면서 좋아하셨다.

놀이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하는 것이다. 물론 혼자 하는 놀이도 많지만, 우리 정서에는 혼자 노는 것은 진정한 놀이로 여겨지지 않았다. 혼자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따로 `심심풀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하는 놀이의 중요한 속성이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놀이는 사람들의 인식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면서 하는 것이라는 관념이 자리잡아왔다.

놀이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하는 속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놀이다. 어른들의 놀이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최근 각종 동호인 스포츠들이 각광 받고 있는 까닭은 그것이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매개하기 때문이다. 몇몇 스포츠 동호회는 회원 수가 몇백 명을 넘길 정도로 커지는 것만 보아도 어울림을 매개하는 놀이의 힘을 알 수 있다.

놀이에서는 불가피하게 서로 입장이 충돌하게 된다. 누구는 찾으러 다니고 누구는 꼭꼭 숨으며, 누구는 잡으려고 하고 누구는 도망을 가는 것이 놀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대립되는 입장을 인정해주고, 그러다 분쟁이 생겨도 서로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수없이 반복하게 된다. 놀이의 이런 특성은 놀이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심정적으로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동호회원처럼 같이 노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강한 유대감이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놀이의 이런 힘이 주변 사람들을 끌어당기게 된다.

최근 `혼놀족`이라는 말이 새로 생겼다고 한다. `혼자 노는 사람`을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어딘지 쓸쓸하고 외로운 느낌이 드는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혼자 놀 수 있게 됐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서도 혼놀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혼자 놀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아동들이 늘어나고 있다.

혼자 노는 아이들은 걱정만으로 그쳐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어린 시절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고, 함께하는 경험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시기여야 한다. 아이들이 혼자 놀고 있는 동안 체온이 살아있는 감정을 교류하고, 사람들과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보는 기회를 소리 없이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라는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해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교육하는 사람의 입장이라 더욱 그렇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놀 수 있게 하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곳이 아파트 놀이터여도 좋고 학교 운동장이어도 좋다. 짬을 낸 점심시간이어도 좋고 넉넉한 오후의 어떤 시간이라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서 가끔 사람 사이의 문제에 부딪혀도 보고 또 그것을 극복해 보기도 해야 한다. 어울려 격정적으로 흥분도 해보고, 함께 격려하고 위로를 받아보면서 자라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 자라난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해 보자.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지 아니한가? 놀이는 놀이로서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놀이는 행복한 인간 생활의 기반을 닦아줄 수 있는 행위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놀이 이상의 것이다.

윤국진(대전서원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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