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안무` 제목만 보았을 때 여러분들은 이 책이 무엇에 관련된 책이라고 생각했는가. 길었던 추석연휴를 보내며 4년 전 처음 접했던 이 책을 다시 꺼내보며 생각했다. 대다수의 사람들도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하며 가졌던 생각과 상당부분 비슷한 생각을 가졌을 거라고. 안무와 관련된 무용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 책의 저자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건축학자 `볼프강 마이젠하이머`다. 즉, 이 책은 건축서적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핵심 단어는 물론 공간과 장소이다. 건축서적임에도 불구하고 형태나 색채, 장식이라는 시각적 단어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는 실제 움직임, 혹은 가능성 있는 움직임 같은 행위의 측면을 고찰할 때 건축공간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경험에서 모음집 같은 이 책을 집필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움직임`이라는 시간적 요소를 통해 바라보는 건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동시에 몸의 형태와 움직임의 구조는 건물의 구조와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몸짓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건축적 표현을 시도했다.

안무의 구성에서 빠질 수 없는 공간과 시간의 개념이 건축학 측면에서는 어떻게 움직임에 빗대어 비교하고 대조되는지 나타난다. 흑백의 대조가 눈에 띄는 책의 겉표지는 흥미를 한껏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은 두껍지만 한번 읽는 데 어림잡아 3시간이면 족하다. 3개 국어로 번역돼 타국어의 지면이 꽤 많은 것도 이유이고, 흑백사진과 그림이 각 장마다 실려 있기 때문이다.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각 장마다 소제목들이 산재해 있고, 그 제목들은 드라마틱해 감각의 촉수가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불쑥 튀어나오는 시적인 문구들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꼭 건축학도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다가도, 몸을 움직이고 창작을 겸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공간적 안무력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을 덮고 나면 무언가 텅 빈 듯해서, 다시금 첫 페이지부터 열어보게 만드는 쉽지 않은 책이다.

각 페이지마다 명시된 제목들은 내 상식이 무언가 한줄기 길어진 듯 자신감을 갖게 하고, 이 책에서 만나는 다양한 공간과 장소들은 이야기 거리와 움직임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행운이다. 한 번쯤은 창작의 소재로 사용하기에도 썩 괜찮은 이 책을 많은 분들과 공유해 보고자 한다. 곽영은 메타댄스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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