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음력 8월 15일에 쇠는 민속명절로서 가을철 뿐 아니라 한해 민속명절 가운데서도 가장 크게 쇠는 명절의 하나였다. 가슴설렘 간직하며 며칠 전부터 밤잠을 설치다시피 간절하게 기다려지던 어린 시절의 8월 한가위 추석명절에 대한 잠재의식의 추억과 그리움인 것 같다. 마을친구들과 어울려서 맨손과 발로 뛰면서 놀 수 있었던 놀이들이 하나씩 주마산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가기도 한다. 추석은 한가위라고도 부르며,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 추수감사절(Thanks-giving-day)이 있다. 양국의 추석을 크게 보자면 첫 열매를 수확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현하는데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들이 1년 농사를 마무리 하고 무사히 마치게 도와준 자연에 대하여 고마움을 마음으로 표현하고자 하는데 뜻을 둔 명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한가위와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축제의 성격을 띠게 된다. 하지만 양국의 전통적, 사회적 차이로 인해 여러 문화적 차이가 생기게 되고 오랜 세월을 거치며 각 나라의 실정에 맞게 변해 왔을 것이다. 본질은 같지만 오랜 시간을 통해 각 나라의 실정에 맞게 변한 우리나라의 추석과 미국의 추수감사절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추석의 유래는 지금부터 약 2000년 전 유리왕 때부터 라고 한다. 유리왕은 백성들이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살기를 바라는 `도솔가`를 지어 부르게 하였고, 여러 가지 산업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가 일으킨 산업의 한가지로 유명한 것은 길쌈이었다. 유리왕은 길쌈 장려를 위해 부녀자들에게 내기를 시켰다. 우선 부녀자들을 두 패로 나누고 궁중의 왕녀 두 사람을 뽑아 두 패를 각각 거느리게 한 다음 해마다 7월부터 한 달 동안 베를 짜게 하고 8월 보름이 되면 어느 편이 더 많이 짰는지를 심판하였다. 그래서 7월이 되면 부녀자들은 두 왕녀의 응원을 받으며 열심히 베를 짜기 시작했고, 임금이 지어준 도솔가를 흥얼거리면서 밤을 낮 삼아 열심히 짜다보면 8월 보름은 금새 닥치는 듯 하고 마침내는 저마다 마음을 졸이며 그 동안 짜 놓은 베를 가지고 내기 장소에 나왔다. 유리왕과 왕비를 비롯한 궁중의 관리들이 나와 유리왕이 판결을 내리면 이긴 편에서는 환성을 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진편에서는 그 동안 별미 음식을 마련하여 이긴 편을 대접하였다. 맛있는 송편, 기름에 지진 고기, 전 등 갖가지 별식과 밤, 대추, 머루, 다래, 배 등이 푸짐하게 마련되면 양편은 모두 둥그런 원을 그리며 둘러앉아 함께 먹으며 노래와 춤을 즐겼다. 어두워지면 하늘에는 둥근달이 떠오르고 갖가지 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밤을 보냈다. 서라벌에서는 이 날 8월 15일을 가배라 일컬었는데 이것이 `한가위`라는 신라의 큰 명절이 되어 계속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추석에 대한 의미는 추수를 하고 곡물, 과실을 얻었으니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위함일 것이다. 반면에 양국의 추석 문화에 대한 차이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감사 표현의 대상이다. 추수감사절이란 천주교 기독교에서 행하는 의식으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우리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뜻으로 행하는 의식이 클 것이며, 우리나라의 추석은 유교전통으로 조상님들이 지금까지 후손을 보호해주시고 농사도 잘되게 해 주셨으니 차례를 지내고 벌초를 하면서 감사한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둘째는 추석 시기에 있다. 추수감사절은 11월 중에 있으므로 추수가 거의 끝날 무렵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추석은 음력 8월, 양력으로는 9-10월 초 정도가 되므로 곡식의 첫 수확했음을 감사드리기에 시기의 차이를 말할 수 있다. 셋째로는 지역적 장소적 사회적문화로 인한 차이점을 말할 수 있다. 감사절은 영국에서 청교도혁명으로 미국신대륙에 건너갔던 사람들이 황량한 땅에서도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심을 감사드리기 위해 교회를 짓고 감사예배를 드렸던 공동사회의 문화인데 반해 추석은 동양에서 발생해 우리나라에 정착된 가족중심의 문화제도라고 할 수 있다.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같은 의미를 둔 추석과 추수감사절이 다른 점이 많아 보이지만, 양국의 모든 이들은 항상 그들만의 추석절을 기다리며 추석절이 다가오면 설레어 할 것이다. 그동안 떨어져 있었던 가족, 친척들을 만나고 각박하고 정신없는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행복한 날인 추석의 의미만큼은 아무리 시간이 많이 지나고 양국의 문화적 차이가 더더욱 커지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민병찬(한밭대학교 교수·대전시 4차산업혁명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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