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모임 자제분위기…선물수요 회복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대전지역 공직사회의 모임과 부서회식, 부탁 등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괜한 오해를 받지 않을까"라는 공직자들의 인식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은 시행 초기 엄청난 혼란을 초래했지만 이제는 공직사회에 스며들며 정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전시 소속 공직자들은 시청 내 직원들과의 모임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 간 부탁 역시 하지 않고 있다.

대전시청 한 사무관은 "외부 인사들과의 모임뿐만 아니라 시청 내부에서의 약속도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라면서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모든 공직자들은 청탁금지법과 관련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직원간 업무 부탁 역시 안한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자치구와 경찰 공무원들에게서도 감지된다.

한 구청 공직자는 "직원 간 모임을 위해 예약날짜를 잡는 경우가 간혹 있을 뿐 명절을 앞두고 직원들의 모임은 실종됐다"라며 "공무원들의 모임과 부서회석 등이 크게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지방경찰청 한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예전에는 직원간 회식과 모임으로 눈 코 뜰새 없었다"라며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회식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인상되며, 올해부터 선물은 간혹 오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각하게 어기지 않는 수준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인식 덕분이다.

한 공무원은 "지난해까지에는 선물을 받지 않거나, 보내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가급적 기준에 맞춰 선물을 하고 있다"라며 "법이 정착되며 식대·선물 부담은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전지역 교육계는 청탁금지법 시행을 환영하는 한편 사제간 정(情)이 사라지는 것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부모들은 스승의 날이나 담임교사 생일 등 각종 기념일과 학교 방문시 선물 구입 여부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 점을 긍정적인 변화로 생각했다. 교사들도 선물을 다시 돌려 보냈다가 생길 수 있는 학부모와의 불필요한 오해가 사라진 것을 가장 큰 변화로 보고 있다.

대학도 기념일 마다 챙겨야 했던 선물과 논문심사 과정에서 지도교수에게 고가의 식사대접이나 선물을 하는 관행이 사라진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승의 날에 담임교사에게 학생이 개인적으로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도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되는 등 사제간 정을 나눌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점점 퇴색되는 것 같다"며 "이러다가 학교나 대학이 그저 필요에 따라 공부만 하는 딱딱한 기관으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관공서 주변의 식당가는 말 그대로 `울상`이다. 하루 하루 폐업하고 있는 점포 역시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 둔산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시청 주변 상가는 주말장사보다는 평일 위주의 영업이 주를 이뤘는데 이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하루 4-5팀 받기가 힘든 지경"이라며 "공무원들의 모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주변 업소들의 폐업소식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호창·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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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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