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구단의 가을 야구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대전 동구의회가 지난 20일 `대전역 일원 철도 공용부지 대전야구장 신축 건의안`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 소속 성용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을 동료 의원들 전원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한다. 이 건의안은 대전시의 `베이스볼 드림파크` 건립 부지 검토 대상지에서 동구 지역이 배제된 데 따른 주민 여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런 때문인지 도시균형발전이라는 핵심 논리 위에 23만 구민 염원이라는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기초의회가 주민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팔이 안으로 굽는 이치와 다르지 않고 동구의회 액션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더구나 프로야구장 신축에는 4000억 원 대의 재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이다. 비유하자면 단일 사업이 특정 자치구 내에 진행될 경우 어마어마한 돈 폭탄이 떨어지는 셈이다. 동구는 그런 기회가 봉쇄당한 형국이었고 그런 차에 동구의회가 대전역 인근 8만㎡을 특정해 새 야구장 유치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감성에만 호소하지 않고 나름 타당성 논리를 개발한 흔적이 엿보이는 점도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건의안은 역사성과 상징성, 접근성, 경제성, 도시균형발전 등을 적시했는데 상당히 중지를 모았음을 방증하는 논점들의 결합으로 이해된다. 동구 지역사회 일각에서 야구장 유치 주장이 있었다고 해도 동구의회가 이를 본회의 정식 안건으로 수렴했고 공론화의 불씨도 지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동구의회 대응은 도전적 논쟁의 시발점 성격이 짙다. 철도 공용부지에 야구장이라는 밑그림을 형상화한 발상도 나쁘지 않다.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발현시킨 것만으로도 기본 점수를 벌었다.

이를 계기로 대전 야구장 신축 부지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넘쳐나기를 기대한다. 다른 기초의회들도 가만 있으면 심리적으로 지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자신 있으면 가세할 일이다. 다만 보여주기 식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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