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분의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유형을 서로 판단을 할 수 있다.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있지만, 내가 만나 본 사람 중에 가장 힘든 사람은 `나만 아니면 돼`라고 하는 사람들과 `그건 나만 할 수 있어`라고 하는 사람이다. 이 두 유형의 사람은 오로지 자기중심적 생각만 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거나, 듣고있어도 온통 부정적인 생각만 하고, 나에게 피해가 올까 봐 전전긍긍하는 유형의 사람이다.

먼저 `나만 아니면 돼` 유형의 사람은 남에게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이 손해를 입을까 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을 넘기는 유형이다. 이런 사람들은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하다. 요즘 자동차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건 아주 평범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평범함 속에도 `나만 아니면 돼`의 유형은 자신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불편함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다주택이 생기면서 자동차의 주차문제는 이런 부분에서 생기는 문제이다. 자신의 편안함을 위하여 유료주차장보다는 그냥 비어있는 곳에 주차하고 본인은 사라지는 것이다. `오랜 시간 안 있어요.`, `뭐 이런 것 가지고 난리인가?`라고 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없이, 본인의 일을 전부 다 보고 유유히 사라진다. 다른 사람의 배려 없이 본인의 아쉬움만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공공주택 안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본인의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먼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지도자가 되었을 때는 본인에게 피해가 된다면, 상대방에 대한 생각보다는 어떠한 권모술수를 사용해서라도 상대방에게 희생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더 문제가 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유형이 위에서 이야기한 `나 아니면 안 돼`하는 사람이다. 보통 이런 사람들을 보면 지도력이 있다고 잘못 보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장기(將棋)에 나오는 초나라 왕 `항우`의 이야기를 보면 잘 나타나 있다. `나만 이것을 해결할 수 있다`라는 오만함에서 오는 정치적 능력의 부재를 보이면서 모든 민심을 잃었다는 것이다.

`항우`는 힘과 용기 등 용맹함에서는 따를 자가 없었다. 우리가 아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는 천부적인 군사 지휘관으로의 능력을 인정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주변의 사람들과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의 부족을 통해 군주가 지녀야 할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여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보면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 지도자의 자격을 잃었다는 것이다.

요즘 다양한 분야에 보면 인사상의 실책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한지>를 보면 `유방`이 `항우`를 이긴 이유에 대해 `항우는 그나마 있는 `범증` 한 사람도 제대로 쓰지 못해서 나에게 패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였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나라에서는 인사청문회에 대한 고정적인 레퍼토리가 있다. `위장전입`에 대한 문제는 그 어느 인물이든 `위장전입`이 나온다는 게 정말 신기한 일이다. 그래도 `내가 아니면 이게 안 돼`라고 주장하면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여 사퇴하는 사람이 없다는 건 더 신기한 일이다.

인사상의 실책을 통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요즘의 일들이다. 남을 시기하거나 의심하는 성격의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 밖의 자리에서 주변의 사람들의 말만 믿고 결정하는 무지를 보인다는 것이다. 정확한 판단과 결정이 아닌 사람의 말만 믿어 선택하는 오류를 범하고 만다는 것이다.

지도자의 역할은 변화를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직접 변화의 현장에서 느껴봐야 한다. 많은 사람의 조언과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 내가 듣기 싫은 소리라고 멀리하게 되면 그 조직은 반드시 큰 문제가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진실은 항상 쓴소리가 동반한다. 그 쓴소리를 멀리한다면 항우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정태섭 청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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