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게 없었다. prayer for(기도할께)`

20일 오전 퓨마 뽀롱이가 살던 대전오월드 정문 입구.

뽀롱이가 사살된 지 사흘째가 되면서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 위령비가 세워진 일대에는 안타까운 심경을 표현한 추모글과 뽀롱이의 사진액자, 꽃이 놓여 있었다.

이날 뽀롱이의 흔적을 찾고 싶어 오월드를 찾았다는 시민 김영수(45)씨는 "인간의 욕심으로 평생 눈요깃거리가 되더니 아직도 많은 동물들이 철장안에 갇혀있다"며 "드넓은 자연속에서 있어야 할 동물들이 원치 않는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자체가 엄연한 학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뽀롱이 사살로 인권만큼이나 동물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동물 학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이날 오후 대전 중구에 위치한 A 동물원.

1층 수족관과 2·3층 실내체험 동물원으로 꾸며진 이곳에는 벵갈 호랑이와 블랙재규어 등이 사는 맹수관이 있다.

맹수들은 암수 2마리씩 약 30-35㎡ 등 크고 작은 2개의 유리방에 갇혀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다. 이들이 사는 곳의 바닥은 시멘트. 벽은 관람객들을 위해 통유리로 돼 있었다.

200kg이 넘는 벵갈호랑이는 10평의 작은 유리방에서 유리벽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정형행동을 보였다. 야생에서 넓은 지역을 점유하던 동물들이 원래 살던 영역의 1000분의 1도 안되는 구역에서 갇혀 지내면서 나타내는 현상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동물전문가 C씨는 "야생동물들은 꽤 넓은 공간에서 자연광을 쐬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런 동물을 두려면 자연광을 쐴 수 있는 실외 전시관과 밤에 쉴 수 있는 실내 공간을 반드시 함께 둬야 하지만 국내에는 면적 말고는 야생동물의 사육환경을 구체적으로 정한 규정이 없어 동물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이자 학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달가슴곰도 사람이 다가오자 유리벽을 할퀴었다. 유리벽을 발톱과 이빨로 할퀴는가 하면, 9평 남짓한 공간 여기저기를 정신없이 왔다갔다 했다. 반달가슴곰은 30분 뒤 다시 찾았을 때도 동일한 행동을 반복했다.

이날 이곳을 방문한 엄모씨는 "며칠 전에 퓨마가 죽은 걸 기사로 접하고 나서 동물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호랑이, 반달가슴곰을 보면서 좁은 곳에서 저렇게 사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동물원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좀 더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동물들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A동물원은 "사육시설 설치기준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맹수들에게 사육장이 좁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사육장을 리뉴얼할 계획"이라며 "빠르면 올해 안으로 호랑이 사육장에는 연못을 만들어주고 넓이는 기존 크기 보다 2-3배 정도 넓힐 생각"이라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대전 오월드 정문 입구에 마련된 동물 위령비에 퓨마 뽀롱이 사살을 안타까워 하는 글과 꽃이 놓여져 있다. 사진=원세연 기자
대전 오월드 정문 입구에 마련된 동물 위령비에 퓨마 뽀롱이 사살을 안타까워 하는 글과 꽃이 놓여져 있다. 사진=원세연 기자
벵갈 호랑이가 시멘트 바닥에 웅크리고 있다. 사진=원세연 기자
벵갈 호랑이가 시멘트 바닥에 웅크리고 있다. 사진=원세연 기자

원세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