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한가위를 앞두고 여러 곳에서 명절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느 사람들이 명절을 준비하느라 바쁜 시기에 필자는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다가오는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 준비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이번 한글날에는 대전 시청과 함께 대전 시민들의 한글 사랑을 독려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꾀하고 있다.

올해로 한글날은 572돌을 맞이한다. 처음 `가갸날`로 시작한 `한글날`은 10월 9일로 한글날이 정해지기까지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가갸날이 처음 만들어지고 기념한 날은 1926년 11월 4일이다. 이는 세종 28년 `훈민정음을 이루었다`라는 실록의 내용을 근거 삼아 음력 9월 29일로 지정한 것이다. 그리고 1928년이 돼서야 한글날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됐다. 그 사이 음력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해 기념했고 1934년에 이르러 양력 10월 28일로 고정했다.

현재 10월 9일이 한글날로 결정된 것은 1945년 때 일이다. 1940년에 `훈민정음해례`가 발견되면서 실록에서 나온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록에서 `9월에 이루어졌다`라는 기록을 근거로 9월의 마지막 날로 지정했던 것을 9월 상한(上澣)이라는 기록을 통해 9월 상순 마지막 날로 지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변환해 10월 9일을 한글날로 결정하게 됐다. 자신의 생일을 제대로 챙겨지지 못한 것이 억울했던 건지 어쨌든 훈민정음해례의 발견으로 늦게나마 한글날을 제 때에 기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글날이 다가오면 우리말과 관련한 많은 글이 여러 곳에 실리곤 한다. 그 글들의 내용은 대개 비슷하다. 한글날에 대한 소개로 시작해 그 끝에서는 한글날만큼은 외래어, 신조어, 비속어들을 가려 사용하자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글들 틈에서 조금이나마 달리 보이기 위해서 명절 즈음 이와 관련한 우리말 이야기를 하나 풀어보려 한다.

`명절 잘 쇠고 만나자.`

명절이 되면 흔히 건네는 인사 중 하나다. 명절을 잘 지내고 다시 보자는 말인데, `쇠다`라고 쓰는 것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잘못된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다. 필자에게 건네온 인사 문자에서 `명절을 새다 / 세다 / 쉬다`와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사용한 이유를 짐작해보건대, `새다`는 `날을 새다`와 같이 사용하는 경우를 구별하지 못하고 잘못 사용한 것으로 보고, 여기에서 모음을 잘못 사용하여 `세다`의 형태로도 사용하는 듯하다. 명절에 셈을 따질 모양으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쉬다`는 명절에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일 수도 있으므로 굳이 잘못 사용했다고 보긴 어려우나, `명절, 생일, 기념일 같은 날을 맞이하여 지내다`라는 `쇠다`의 사전적 의미를 고려한다면 명절 인사는 `추석 잘 쇠고 봅시다.`처럼 사용함이 더 적절할 것이다.

한글날이 되면 `한글을 사랑하자.`, `한글을 바르게 사용하자.`, `한글을 널리 알리자.`와 같은 말을 내세워 모국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 한다. 이러한 외침은 많은 이들이 한글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목소리가 될 것이다. 최근에는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축제의 장이 마련돼 한글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려주는 목소리가 더욱 널리 퍼지고 있다. 이러한 고귀한 노력에 필자는 짧은 글로써 힘을 보태며 이번 이야기를 갈무리하려 한다. 이번 명절은 연휴가 긴 만큼 더욱 풍성하고 따뜻한 한가위 쇠시길 바란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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