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차 정상회담은 국민들은 물론 이북의 동포들까지 열광의 도가니를 몰아 넣었다. 단순히 정상 간의 대화장을 넘어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되는 한반도 역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장이 되길 남과 북 모두가 바라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불바다론`, `선제타격론` 등이 판을 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의 공포가 한반도를 휩싸고 있었다. 그로부터 일년 동안 천지가 수차례 개벽을 했다. 서로 적대적이었던 남과 북 정상이 벌써 세번째 만나고 이에 더해 지금까지 단 한번도 만난적 없던 북한의 지도자와 미국의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손을 잡고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70여 년 동안 작은 땅 덩어리에서 총 부리를 겨누고 으르렁 대던 사이가 만나 싶을 정도다. 이런 중심에는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문화를 향유하고, 같은 뿌리를 가진 `한민족`이었기에 가능했다. 정상회담 문화공연을 보면서 남과 북이 함께 눈물을 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질적인 민족이었다면 과연 이런 기적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세기의 회담으로 꼽히는 지난 4월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30여 간 가까이를 배석자 없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이로 인해 한반도 평화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 도보다리에서 언어와 문화가 다른 타국의 정상이었다면 어땠을까. 무엇보다 서로의 언어를 해석해 전달할 수 있는 통역자가 필요할 것이고 중간 중간 상대방에 대한 문화를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진심어린 대화보다는 격식과 의전이 주를 이룰 것이다. 2-3년 전 만해도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특히 6.25를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은 막연한 통일에 두려움을 가질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정상회담은 물론 남북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남과 북이 같은 피가 흐르는 하나의 뿌리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수천 년을 함께 살다가 잠시 떨어져 있었을 뿐이다. 이제 다시 만나서 풍요로운 미래를 함께 걷기를 바래본다. 영원한 `한민족`으로서. 진광호 지방부 충주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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