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시설 폐기·핵실험 중단 연내 서울답방 등 종전 합의

남북 정상이 `9·19 평양 선언`을 통해 추가적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합의하면서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특히 북한이 `핵 시설 리스트`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까지 제시한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육성으로 비핵화 조치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북미협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해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어서 이후 북미간 협상 재개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이번 선언에 담긴 비핵화 추가 조치들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는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착수해 현재 진행되는 조치지만, 그동안 국제사회에선 이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던 만큼, 김 위원장의 화답으로 평가된다.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시 북측은 전문가를 참여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이행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합의문에 명시한 만큼 실행력을 담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또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이는 비핵화에 대한 북의 의지를 재차 강조하는 동시에 미국 측이 그동안 종전선언에 대한 상응 조치로 요구해온 `핵 리스트 신고`에 대응한 역제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전체적으로 남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래핵`(영변 핵물질 생산시설과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에 대한 것은 합의문에 포함했고, `보유핵`(이미 생산한 핵탄두와 핵물질)은 후속 북미 협의로 공을 넘긴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남북 정상의 비핵화 의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선언문에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고, 이를 김 위원장의 직접 육성으로 밝혔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남북은 이날 선언문에 담지는 않았지만 비핵화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향후 북미간 협의시 폭 넓은 추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평양에서 취재진과 만나 "(비핵화 관련) 공동선언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논의의 결과를 토대로 내주 초 뉴욕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도 좀 더 속도를 낼 방안들에 관해 양 정상 간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해졌다"고 전한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역시 "유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공개된 이야기도 물론 있겠지만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도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결국, 비핵화의 공은 미국으로 넘겨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선제적 조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성패여부가 달렸다는 전망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 공동선언 발표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이 최종 협상에 부쳐질 핵사찰을 허용하는 것과, 또 국제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것에 합의했다. 매우 흥미롭다"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인만큼,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평양공동취재단·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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