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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훈 칼럼] 원칙은 지키자고 있는 것

2018-09-20기사 편집 2018-09-19 18: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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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과 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주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이어 이번 주엔 장관 후보자가 대상이다. 인사청문이 처음도 아니건만 여전히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논란거리가 있다. 고위공직자 인선 기준에 해당되느냐 하는 것이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다수의 후보자들이 위장전입이나 탈세 등 의혹을 사고 있다. 관련 자료에 다 나와 있는 만큼 따지고 보면 의혹이랄 것도 없다. 원칙대로 하면 될 터인데도 여전히 논란을 벌이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이른바 '고위 공직 배제 원칙'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위장전입, 병역기피, 탈세,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막상 취임 후 첫 인선을 하다 보니 후보자들의 위반사례가 줄을 잇자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며 새 원칙을 만들게 됐다. 5대 원칙에 음주운전과 성범죄를 추가해 '공직 배제 7대 원칙'으로 정했지만 세부 내용은 이전보다 완화됐다. 지키지 못할 원칙 대신 지킬 수 있는 기준을 만들자는 뜻이 담겼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 헌법재판관과 5개 부처 장관 인선은 이 '7대 원칙'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셈이다.

당연히 원칙이 엄격히 지켜져야 하지만 실은 그렇지 못하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5명 가운데 3명이나 위장전입 사례가 드러났다. 이 중 2명은 완화된 새 원칙을 적용해도 2차례씩 해당되고 있다. 후보자들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다. 인선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모르진 않았을 터인데 답답하다. 장관 후보자들이라고 해서 다를 리가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흠결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위장전입에 정치자금 사용 허위신고, 피감기관에 사무실 임차, 배우자회사 직원 비서채용 의혹 등 수두룩하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도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직무관련성 주식보유 등으로 논란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고위 공직 배제 원칙은 같은 논란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기준을 정해 이에 부합되지 않는 사람은 걸러내자는 것이다.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각 분야에 자천타천 인재가 넘쳐나고 있으니 잘만 고르면 된다. 그럼에도 이번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 이만저만 실망이 아닐 수 없다. 하나같이 위장전입이나 탈세 등의 불법 의혹을 사고 있다. 공직 배제 원칙에 해당되지 않는 후보를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다. 세월이 흐르고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논란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문제다. 그 중에서도 준법에 앞장서야 할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위법행위는 실망이 아닐 수 없다.

국회청문회를 통해 흠결이 있거나 자질이 의심스러운 후보자는 걸러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위법행위가 드러났어도,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어도 임명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청문회가 여야 간 공방과 논란만 벌이다 결국은 통과의례만 되어주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임명을 거부할 법적 권한이 없는 탓이기도 하다. 여야가 부적합 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손 쳐도 후보자가 버티고 임명장을 받으면 그만이다.

원칙은 지키자고 만든 것이다. 장식용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 기준도 엄청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국민적 정서를 반영한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기준에도 미달하는 후보자들이 너도나도 고위 공직을 맡겠다고 나서고 있다. 애초 인선과정에서 제대로 거르지 못한 게 잘못일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미달 사례가 밝혀지는 경우도 많다. 인선만 탓 할 문제가 아니다. 모르고 했다거나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었다는 해명은 누가 봐도 구차할 뿐이다. '공직 배제 7대 원칙'에 단 한 가지라도 걸리면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를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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