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제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다. 비핵화와 북미대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 등을 담았다. 두 정상은 남북 간 군사위협 해소를 시작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구상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연내 서울에서 남북미 종전선언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명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 서울을 답방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종전선언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종전선언은 남북 정상만의 합의로 이뤄질 사안이 아니다. 선(先)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김 위원장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이 북미 공동성명에 따른 상응조치를 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할 용의가 있음"도 표명했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구체적인 조치를 밝힌 것은 진일보한 것이다.

관건은 미국이 평양선언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 하는 것이다. 발표된 것만으로는 그동안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검증`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공동선언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이를 토대로 내주 초 뉴욕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들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선언 1시간 만에 트윗을 통해 "김 위원장이 최종협상에 부쳐질 핵사찰을 허용하는 것에 합의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의 설득과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북미 간 대화 재개와 비핵화 진전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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