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

복통 참고사진.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복통 참고사진.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직장인 김모(28)씨는 몇 개월 전부터 잦은 설사와 발열 증상에 시달렸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한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장염으로 생각해 약을 먹기도 했지만 효과가 없었고, 최근에는 대변에 피가 비치기도 했다. 결국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은 뒤 진단은 `크론병`이었다.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기관 어디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염증성 장 질환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알려지고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병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크론병은 10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20대까지 주로 나타나는 병으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결국에는 많은 합병증에 시달리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병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약을 잘 복용하는 등 환자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허규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크론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원인은= 크론병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유전적 감수성이 있는 사람 중 일반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장 내 세균이 문제를 일으켜 소장과 대장이 반응,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에 의해 염증이 발생 및 증폭되면서 소장과 대장에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희귀병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난 괜찮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든 안심할 수는 없다. 통계에 따르면 크론병 환자 수는 지난해 기준 2만여 명으로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증상과 진단= 크론병의 전형적인 증상은 3가지다. 복통과 설사, 체중감소가 있다면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크론병의 50% 이상에서 항문병변인 치루나 치핵 등이 나타난다. 합병증으로는 장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과 누공, 장이 줄어드는 협착, 복부농양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소아에서 발생했을 때는 장이 영양을 흡수하지 못해 성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장 뿐만 아니라 눈이나 관절에 염증이 나타날 수 있는 매우 복합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크론병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증상이나 의사의 진찰소견과 함께 혈액검사, 내시경, 조직검사, 소장조영술, 캡슐내시경 등 복합적인 검사가 이뤄져야 하며 합병증 유무를 관찰하기 위해 CT검사도 시행해봐야 한다. 장 내부를 볼 수 있는 내시경과 조직검사가 가장 중요한 진단법 중 하나다. 무엇보다 대장내시경 검사소견이 가장 중요한 데, 크론병 소견을 보게 되면 길고 깊은 궤양이 띠 모양으로 생기고 주위는 자갈밭처럼 울퉁불퉁 튀어나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치료법은= 크론병은 완치가 힘들고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지만 일단 치료를 받으면 개선이 된다. 초기에 염증과 협착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는데, 방치하면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악화되고 삶의 질 또한 점점 나빠지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조기에 치료하면 증상이 호전될 뿐 아니라 합병증을 미연에 막을 수 있어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 즉, 완치가 어려운 질병이긴 하지만 다양한 치료를 통해 충분한 조절이 가능하다. 치료에 주가 되는 것은 약물치료다. 염증을 줄이는 약을 사용하고 두 번째는 면역억제의 일종인 부신피질 호르몬제, 면역억제제 그리고 항생제와 생물학제제를 사용하게 된다. 수술은 약물치료로 효과가 없거나 합병증이 심해 약물치료 불가능할 때 시행할 수 있으며, 가능한 최소한의 범위를 절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환자의 마음가짐, 생활 태도 중요= 크론병이 완치가 어렵다고 섣불리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좋지 않다.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질환이며, 무엇보다 환자의 치료 마음가짐이나 생활태도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크론병에 걸렸을 때 절망하는 것 보다는 병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다. 크론병은 환자에 따라 병변이 생기는 부위나 범위, 증상, 경과 등이 다양할 뿐 아니라 치료에 대한 반응도 다르기 때문에, 최신 의학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별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 치료해야 한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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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규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허규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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