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철하 문화산책] 드로잉, 그린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

2018-09-18기사 편집 2018-09-18 06: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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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전시라는 이색적인 전시가 dtc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임동식-80년대 함부르크 드로잉부터 2018년 오늘까지'가 바로 그것이다. 일부 기존 전시에 소개되지 않은 유화작품들이 있긴 하지만 전시의 초점은 80년대 독일 유학시절 그린 200여점의 드로잉 작품들이다. 임동식의 드로잉은 다양한 실험적 양식뿐만 아니라 자신이 실천한 예술활동의 연관성과 연속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이념의 작은 설계도와 같다.

종이와 먹, 사진으로 그린 '자연형 둥근 자아'와 '기하 도형적 문화인간'은 각각 전통과 현대, 한복과 양복, 조선의 건축과 현대 빌딩이라는 대비의 갖고 있다. 종이, 색연필, 사진으로 구성한 성춘향과 이몽룡전 '수염난 춘향'에서는 춘향과 몽룡의 얼굴에 수염 난 자신의 얼굴을 붙임으로써 문화적 자아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자신임과 동시에 타자인 독일 생활에서 문화의 독자성에 대한 임동식의 생각은 전위와 현대가 만나는 미술이 그 독자적 자율성과 보편성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수염난 춘향'은 자기 자신의 모습임을 자각함과 동시에 타문화에 비쳐진 거울로서의 드로잉인 것이다. 임동식의 추체적 사고가 작은 드로잉을 통해 발견되는 지점이다.

임동식은 금강현대미술제 등 야외현장미술의 다양한 실천을 통해 미술이 발현되는 현장으로써 장소, 지역, 이념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독일로 갔고 이러한 것의 연속된 실천과 확인으로서 독일활동이 있었다. '함부르크 시절'은 다양한 실험적 양식의 드로잉과 에스키스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후 임동식 미술의 기본 개념이 됐다.

드로잉의 형식적 실험이 미술사조의 혁신이 된 사례 중 하나로 피카소의 1912년 작 '바이올린'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한 장의 신문을 두 조각으로 잘라내 바이올린을 그린 목탄 드로잉에 붙인 꼴라쥬 작품이다. 같은 신문지를 맞물리게 잘라냈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밖에 없는 형태인데도 바이올린 형상의 중심 및 주변의 배치, 드로잉과의 결합에 따라 하나는 형상, 하나는 배경이라는 대조적인 의미로 결정되게 됐다. 피카소의 꼴라쥬는 자의적으로 결정되는 언어 기호의 조건을 미술에 대입한 결과가 됐고 모더니즘의 발전을 앞당긴 결과를 낳았다.

피카소와 같은 혁신의 아이디어가 임동식의 드로잉에 없으리라고 말 할 수 없다. 사고 및 개념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시도되지 않은 날 것으로서 말하지 않은 어떤 것이 드로잉과 에스키스에 남아있다.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추구하며 어떻게 실행하려고 했던가를 상세히 알 수 있는 것, 그것의 설계도면이 작가의 드로잉에 있다.

텍스트와 자료 중심의 한국현대미술 아카이브는 작가의 일차적인 목소리와 생각을 담을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보다 생생한 작가정보를 알기 위해 70년대 모더니즘아카이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정작 대전모던을 구성했던 선배작가들의 아카이브는 관심 밖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대전모던을 구성하는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어떤 체계적인 수집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반성해 볼 문제이다. 류철하(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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