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초등학교에 때아닌 필기체 쓰기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미국의 한 역사박물관 여름캠프에서 필기체를 익히는 프로그램을 개설했는데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2000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공교육 등에서 필기체 연습을 필수적으로 배우도록 했다. 하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생겨나면서 직접 손으로 글을 쓰는 필기체 교육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요상하게 쓰는 필기체가 마치 암호처럼 보여지면서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했고, 부모 역시 예전에 배웠던 필기체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면서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손을 직접 사용해서 글을 쓰는 것은 뇌에 자극을 주는 동시에 읽기와 정보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권장할 내용인 것은 분명하다.

국내에서도 어릴 적 한번씩은 손에 접해봤던 주산과 암산이 인기몰이를 한 적이 있다. 80-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추억으로 자리 매김한 주산학원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관심을 받아 지금은 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주산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집중력을 길러주고 창의력은 물론 두뇌개발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주산은 영재들의 필수적인 계산방법이라고 할 정도로 학생들에게 보편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컴퓨터만 있으면 수백, 수천, 수만가지 필체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인공지능이 역할을 하고 있는 시대에 필기체 열풍과 주산이 다시 떠오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옛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새것으로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일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옛 것`, `옛날 사람`을 뜻하는 올드보이의 귀환이 화두가 됐다. 단순하게 나이만 많은 게 아니라 국무총리나 당 대표 등 정치적으로 이미 최고점을 찍은 정치인들이 다시 당권에 도전하고 실제 선출되면서 나왔던 우려 섞인 반응들을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평가했다.

올드보이는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경험과 경력들이 그 사람의 정치 인생을 평가하는 동시에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능력으로도 활용된다. 낡고 오래된 것을 통해 새것을 얻는다는 온고지신이라는 말처럼 여야 각 정당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올드보이라는 한계를 뛰어 넘어 서로 상생하는 정치력을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인상준 서울지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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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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