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은 전례 없던 불볕더위로 그리고 무더위 끝에 찾아온 집중 호우가 우리 삶을 꽤 지치게 하였던 한 달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그렇게도 맹위를 떨구던 무더위도 자연의 섭리 앞에선 도리가 없는 듯 9월이 시작되며 성큼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이처럼 계절은 변해 하늘은 높고 쾌청해 졌건만 우리나라 경제 기상도 만큼은 아직도 흐림이다. 특히 수출을 이끌어갈 만한 마땅한 효자종목이 없는 우리 지역 경기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만났던 중견기업 대표는 지금이 20여 년전 IMF때 보다도 경제상황이 더 좋지 못한 것 같다고 하니 실감이 난다.

실물경제 기상도는 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사랑의 열매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비교적 다른 시도에 비해 기업모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대전지역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말 기준 모금실적을 보면 전년 동기보다 뒤처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누구보다 서민들의 삶은 더 고단하다. 이제 보름 후면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모두가 풍요롭고 넉넉해야 할 명절이다. 그러나 최근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대전지역 기업체중 추석 상여금을 줄이거나 못주는 기업이 40%에 달한다고 한다. 이쯤이고 보면 우리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가정, 사회복지시설의 생활인 등 어려운 이웃들의 명절 나기는 더없이 힘들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사랑의 열매에서는 이번 추석 명절,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각 구별로 추천받은 2300여 저소득 가정에 총 1억 원의 배분금을 먼저 지원했다. 하지만 실제 도움을 드려야 할 이웃들이 더 많겠기에 부족한 예산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에 9월 한 달을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한가위 나눔 특별모금`으로 5개 구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물론 시민 모두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가 십시일반 마음과 마음을 나누다 보면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분명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될 것이다.

대전의 한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무더위가 언제였냐는 듯, 이젠 제법 아침 저녁으론 서늘하다. 풀벌레 울음소리가 가을을 재촉한다. 나눔의 도시 대전의 명성에 걸맞게 다가오는 추석,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넉넉한 인심을 나누는 진정 마음이 부요한 대전 시민들이 되어 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박용훈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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