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생했던 가습기살균제, 이케아 서랍장 전도, 일명 `용가리과자`인 질소과자 사고와 햄버거병 사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피해자가 어린 아이들이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해마다 200여 명의 어린이가 안전사고로 희생되고 있으며,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되는 어린이 안전사고는 매년 2만 2000건 이상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소비자기본법에서 어린이를 안전취약계층으로 정의하는 한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어린이에 대한 우선적 보호시책을 강구할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2003년을 `어린이 안전원년`으로 선포한 이래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어린이 안전종합대책을 마련·추진 중이다. 그 결과, 인구 10만 명 당 어린이 사고 사망률은 2003년 11.6명에서 2016년 3분의 1 수준인 3.9명으로 감소했고, 어린이 제품과 식품, 그리고 놀이시설 안전 관련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규제의 미비, 제품 결함, 사업자의 기준 위반, 안전의식의 부족 등 어린이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소관 부처의 불명확이나 법령의 미비로 인한 `규제 사각지대`가 어린이 안전사고의 주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같은 합성세제라도 액상형은 어린이보호포장 대상이지만, 캡슐형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또한, 키즈카페 안에 있는 놀이기구 중에서 미끄럼틀이나 그네는 2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트램펄린이나 미니 기차, 배터리카 등은 검사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소형 강력자석세트나 자석메모홀더는 정작 완구로 분류되지 않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어린이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소관 품목이나 분야를 떠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범부처적 대응과 민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소관 부처의 불명확으로 인해 우왕좌왕하다 사태를 더욱 키우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던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교훈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혹은 법령상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어린이가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린이가 안전한 세상`이 돼야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법제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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