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에 가장 많이 떠올리는 단어로는 `천고마비`와 `독서의 계절`이다. 이는 청명한 가을 날씨가 머리와 눈을 맑게 하여 몸은 물론 마음의 양식까지 살찌우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운동은 어떤 특정 계절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꾸준하고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운동생리학을 전공한 필자로서 가을이라는 계절을 접근해보면 요즘이 그동안 운동을 접었거나 주기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큰마음 먹고 시작하기에 딱 맞는 시기라고 말하고 싶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주기적인 운동이 자신에게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매년 정기 건강검진 때마다 사전체크 리스트에 하고 있는 운동의 횟수와 강도를 반드시 기재하고 의사로부터 검진결과에 대한 소견을 받을 때도 대부분 꾸준히 운동할 것을 권유받는다. 이는 그만큼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예이다.

운동이 생활체육을 통해 국민건강 증진을 추구하던 시기에는 일반적 체육활동으로 간주되었으며, 단순히 스포츠 활동만 하면 신체가 발달하고 건강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대에 있어서 운동은 본인의 건강상태와 체력수준 그리고 운동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에 따라 전문적인 지도를 받는 시대로 발전하고 있다. 운동처방은 환자의 신체활동을 파악하고 운동에 대한 요구 사항을 반영해서 신체활동의 변화를 돕는 `임상행동 의학적 방법`과 함께, 운동과 관련된 체력검사 등과 같은 건강의학적 방법을 통합하여 작성되며 환자의 질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즉, 운동은 이제 예방의학적 측면으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다.

운동이 인체에 미치는 이점은 수없이 많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속속 입증되고 있다. 생활습관성 질병인 노인성 질환이나 성인병으로 지적받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 정형외과적 치료 후 재활운동, 암 치료과정에서 체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 심장질환 개선을 위한 운동 등 각종 상황에 따른 운동처방이 매우 과학적으로 접근되고 있다. 그만큼 `운동은 만병을 예방하는 약`이라는 슬로건의 실현이 점차 가능해지고 있다. 이 같은 운동처방 분야의 발전은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감소와 생산량 증대로 이어진다. 운동과 의료비 지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주 2-3회 운동을 하게 되면 국민 1인당 의료비를 연간 46만 원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을 우리나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계산해 보면 연간 16조 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년층에 관한 연구에 있어서도 꾸준히 걷기운동을 실천한 고령자의 연간 의료비는 45만 원인데 비해 운동을 하지 않은 고령자는 58만 원으로 13만 원이나 많게 조사됐다.

사실 의학계가 운동처방분야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지는 매우 오래됐다. 지난 2007년 미국의학협회(AMA)와 미국스포츠의학협회(ACSM)는 만성질환 환자에게 체계적인 운동을 가르쳐 재발 방지와 예방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기 위해 EIM(Exericse is Medicine)를 발족했다. EIM은 현재 국제 보건, 의학 및 과학단체들의 다국적 협력으로 전 세계에 걸쳐 7개의 지역 센터와 43개 나라에 국가센터가 있다. EIM 활동은 운동효과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부, 지자체, 의료진이 각자의 실정에 맞게 운동을 통해 환자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급속히 노령화사회로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65세 이상 노년층 중 60%가 3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 늦은 감은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 EIM 코리아 준비위원회가 발족됐다. EIM 코리아에서는 환자 본인 부담금 1만 원 내외의 비용으로 운동처방을 받은 후, 기존 체육시설 등에서 체계적으로 운동하게 함으로써 국민의료비를 절감하고 궁극적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이 시스템은 병원에서 의사가 단순히 운동을 권고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전문가에게 운동처방을 받은 후 운동전문가에게 운동지도를 받아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체계를 갖춰나가는 것이다. 의사들이 운동처방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운동 전도사가 되자는 취지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과제들이 아직 많다. 현행 제도상 병원에서 운동전문가에게 운동지도를 받는 경우 의료보험의 적용이 되지 않는다. 또 운동전문가와 물리치료사 간의 직종 갈등도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운동전문가가 의료시스템에 포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하기 좋은 가을. 운동의 과학적 접근과 실행, 그 확산에 대해 고민해본다.

김한수(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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