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 중에 세계 최초로 남극점을 밟은 탐험가 아문센이 있다. 혹독한 남극의 해안가에서도 1200km 더 안쪽에 위치한 남극점을 인류 최초로 탐험하기 위해 노르웨이의 아문센과 영국의 스콧은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 결국 아문센이 먼저 극점에 도달했고 스콧은 그보다 늦게 도착하고 돌아오는 길에 남극에서 생을 달리하고 말았다. 당시 탐험가들은 왜 소중한 목숨까지 걸면서 극지를 찾아가려 했던 것일까?오늘날에도 인류의 남극과 북극에 대한 탐험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그 이유가 미지의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인류의 본능을 넘어 남극과 북극이 우리 지구의 기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지구의 신비를 풀어줄 수많은 단서를 가득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극과 북극의 기후는 전 지구의 기후와 여러 요인들이 상호 반응하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얽혀 있다. 극지를 뒤덮은 빙하는 지구 기온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극지의 바다는 전 세계 해수의 흐름과 물질의 순환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빙하는 태양열을 대부분 반사해 지구 기온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녹게 되면 태양열의 흡수가 증가하여 이상 기후를 초래하고 생태계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 전부 녹으면 해수면이 60m 이상 올라갈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거대한 물 흐름으로 전 세계를 순환하며 열을 전달해주는 심층 해수는 북극과 남극을 발원지로 본다. 극지는 적도의 따뜻한 바닷물을 받아 그 열을 식힌 후 다시 돌려보내는 바다의 안식처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눈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빙하는 눈이 내릴 당시의 대기 성분과 기후에 대한 자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얼어붙은 타임캡슐이라고 불린다. 이것을 이용해 과거의 지구 환경 변화를 밝혀낼 수 있으며 미래의 기후 변화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태양계와 지구 탄생 초기의 비밀을 풀어줄 재료인 순수한 운석도 다량으로 발견된다. 남극의 가혹한 환경은 화성의 환경과 비슷해 생물의 진화와 발달을 연구하기에 좋으며, 여섯 달 동안 밤이나 낮이 계속되는 극점은 태양이나 천체를 쉬지 않고 연구하기에 유리한 곳이다.

인류가 남·북극에 첫발을 내디딘 지 100여 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보통 사람들이 극지를 직접 밟아보기는 쉽지 않다. 특별한 관광 상품이 있지만, 그 비용도 만만치 않고 기상이 허락하는 시기로 한정적이다. 이런 비용과 수고 없이도 극지를 맘껏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조만간 마련된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사)극지연구진흥회와 극지연구소와 협력하여 극지체험특별전을 10월 5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남극의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 그리고 북극의 다산과학기지와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 최초 극지 탐험인 남극관측탐험대까지 우리나라의 극지 연구의 역사와 현주소를 알기 쉽게 전시한다. 실제 극지 탐험도구와 연구장비, 신비로운 극지 자연 영상과 극지대원 활동영상, 극지연구소 실시간 영상을 통해 실감나게 극지를 체험할 수 있다.

볼거리도 다양하다. 남·북극에 사는 펭귄·조류·어류 등의 동물과 해조류·이끼류와 같은 식물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극지 생물 표본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우주와 지구의 탄생과 역사를 밝혀줄 극지의 진귀한 운석과 화석 진품까지 관람할 수 있다. 과학적 체험요소도 다양하다. 수십만 년 동안 지구의 환경 변화를 그대로 간직한 남극 빙하와 일반 얼음의 비교 관찰, 북극의 환경 변화와 세계 기후 변화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모의실험, 극한의 온도에서 살아가는 극지 동·식물의 생존 비밀에 대한 과학 원리를 찾아볼 수 있다.

너무 멀고 추워서 직접 가보기 힘든 극지 - 남극과 북극을 이번 가을 대전에서 한 번에 만나고 체험하시기를 권한다. 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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