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란 무언가를 새로이 만들어내는 작업, 그리고 몸을 매개체로 하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안무다.

창조의 시작은 모방에서 비롯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 공감하지만, 그것은 창작의 물꼬를 트는 기초일 뿐 안무를 하는 직업을 가진 나는 창작이란 단어가 가끔은 무서울 때가 많다. 작품을 한번 할 때마다 늘어나는 것은 이마의 주름과 주량이라 느낄 만큼 머릿속의 생각과 형상을 겉으로 드러내는 작업은 나 스스로를 밖으로 노출하게 만드는 약간은 부끄럽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계절이 언제 바뀌는지도 모르게 단원들과 연습실에 처박혀 하나의 작품을 안무한다. 하루 24시간 중 자는 시간을 빼고는 항상 붙어 지낸지 벌써 몇 해의 세월이 지났다. 이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작업이었다면 몇 배는 힘든 작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할 만큼 안무란 안무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다. 주제와 소재를 찾고 작품을 구상하는 작업이 안무가의 몫이라면 에피소드를 만들고 그 안을 채워가는 것은 무용수와 스텝 등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텍스트를 쓰며 작품의 큰 틀을 구상하고 동작을 연구하고, 연결고리를 생각해내고 만들어보고 실험한다. 이상하거나 어색하면 버리고 다시 만든다. 실험하며 관찰하고 바꿔가는 과정에서 즉흥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우연의 묘미와 무형이 유형으로 변화되는 모든 것에서 오는 희열을 맛보게 되는 시간이다. 그러한 작업들을 수차례 반복하며 점차 안을 메꿔나가고 동시에 음악, 의상, 소품, 무대미술, 조명 등 무대를 완성하는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서서히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이후 시작되는 반복연습을 통해 또 한 번의 수정 작업들을 거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지막 결승점인 무대 위에 서게 된다.

몇 날 며칠 아니, 몇 달을 밤낮 주말 없이 연습하며 에너지를 쏟아내지만 결국 단 한 번의 공연으로 모든 것이 완성되고 결정되는 작업이다. 공연이 끝나고 남는 것은 무대 위에서 느꼈던 순간의 감정과 종이쪼가리에 불가한 프로그램,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어주는 영상과 사진들이다. 안타깝고 허무하며 참 덧없지만 이러한 아쉬움들이 이 직업을 지속하게 만드는 매력이 아닐는지... 무대 위에서 호흡할 때 가슴 떨리는 순간의 기억과 늘 안타까움을 남게 하는 공허함을 잊지 못하고 다시금 무대에 서고자 하는 모든 무용수들과 안무자들이 갖는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곧, 또다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한다.

곽영은 메타댄스프로젝트 대표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