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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탐사기] 세종기지의 여가활동

2018-09-13기사 편집 2018-09-13 08: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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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우리나라는 유달리 뜨거웠다. 그동안 관측사상 가장 더웠던 1994년의 최고온도, 열대야 일 수 등 종전기록을 모두 갈아 치울 정도로 더웠다고 한다. 아직도 한 낮엔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밤엔 서늘한 공기가 느껴진다. 올해처럼 서늘한 공기가 고맙게 느껴졌던 적도 없던 것 같다. 우리와는 반대로 남극 세종기지는 기나긴 추위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9월과 10월은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한 시기가 지속되기 때문에 대원들이 연중 가장 힘들게 느끼는 시기이기 때문에 일과 시간이 끝나고 여가시간을 적절히 활용하여 외로움과 고립감을 지혜롭게 극복해야 한다. 대원들의 여가활동은 몇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주말에 날씨가 허락하면 몇몇 대원들이 모여 트래킹을 간다. 세종기지가 있는 바톤반도에는 2 가지 트래킹 코스가 있는데, 하나는 세종기지 동쪽에 위치한 마리안 빙벽을 경유하는 코스로 총 8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로 약 4시간 정도 소요되며, 또 다른 코스는 기지 뒤편 펭귄마을을 경유하는데 거리와 시간은 마리안 빙벽코스와 유사하다. 그리고 가끔은 대원들이 모여 기지 뒤편 능선에서 눈썰매를 타거나 스키를 타기도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까지는 3시간 정도의 여가시간이 있는데, 이 시간을 활용하여 많은 대원들이 운동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풀고 심신을 단련한다. 우리차대는 의료대원의 지도하에 젊은 대원들을 중심으로 체중감량 및 근육을 늘리는 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 한 대원은 20km 이상 감량에 성공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일부대원들은 독서를 하기도 한다. 세종기지 도서관에는 수 백권의 교양서적들이 비치되어 있고, 자율적으로 빌려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여가시간을 활용한 독서를 통해 교양을 쌓기에 용이하다. 세종기지 주변에는 칠레, 중국, 러시아,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기지가 있기 때문에 대원들이 주변 기지에 방문하면 서툴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종기지에서는 영어로 말하기가 한국에서보다 더 절실해 진다. 영어를 잘하는 대원들도 있지만 어려워 하는 대원들도 있다. 영어로 좀 더 자유롭게 말하기를 희망하는 대원들을 위하여 영어교육을 개설하여 일주에 2-3회씩 모여 영어를 학습하고 연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사진 찍기도 아주 유용한 여가 활동이다. 시간 허락할 때 마다 기지주변에서 나타나는 동물(펭귄, 해표, 물개, 고래 등), 흥미로운 자연현상(구름, 빙하, 안개 등), 그리고 주변 기지들에 대한 기록을 담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대원들도 있다. 이렇게 수시로 수집된 영상이나 사진들은 나중에 기지생활을 떠올릴 수 있는 추억으로 남는다. 우리차대는 세종아카데미라는 세미나 시리즈를 열어 각자의 직업 분야를 소개하며 서로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대원들의 직업군이 다양해서 서로의 전문 분야에 대한 소개를 통해 다른 직종에 대한 지식을 경험 할 수 있는 아주 값진 기회였다. 그리고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세종기지 리그 (일명 에스 리그)를 만들어 대원들 모두 모여 체육행사를 정기적으로 가졌다. 배구, 탁구, 족구, 배드민턴, 컴퓨터 게임, 5종경기 등 을 총무반, 연구반, 유지반으로 팀을 나누어 매주 한번 경기를 가지며 대원들 간 소통과 팀웍을 다지기도 하였다. 대원들의 운동 실력이 비슷해서 서로 물고 물리는 상태를 반복하다 최종적으로 연구반이 에스리그 우승을 차지하였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재밌고 즐거운 순간들이었다. 월동하는 동안 틈틈이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본인의 자질을 향상하고 계발하며 힘든 시기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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