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가격을 처음 측정한 것은 전두환 정부 때인 1986년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986년에 비해 369%, 서울은 449%가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30%인 것과 비교하면, 아파트값 상승 폭이 훨씬 가파르다. 과도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정권마다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꾸준히 올랐다.

1980년대엔 전국적으로 집이 부족했다. 노태우 정부 첫해인 1988년에 아파트값이 20% 넘게 올랐다. 1990년엔 32%나 올랐다. 노태우 정부는 분당·일산·평촌 등 5곳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공급확대정책과 투기지역 지정, 종합토지세 조기 실시,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법·토지초과이득세법·개발이익환수법) 제정 등 투기억제정책을 함께 추진했다. 그 결과 김영삼 정부 5년은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금이 안정세를 보이고 집값 변동이 가장 적었던 시기로 기록됐다. 투기억제정책만으로는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공급확대 정책 효과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국가 경제가 어려워졌고, 전국 아파트 가격이 폭락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전면적인 부동산시장 부양책을 펼쳤다. 양도소득세 면제, 분양가 자율화, 외국인 투자 허용, 부동산 관련 세금 완화, 소형 의무비율 폐지, 청약자격 대폭 완화, 분양권 전매 허용 등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었다. 주택가격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2002년엔 전국 아파트값이 22.8% 올랐다.

노무현 정부도 집값이 급등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최고 목표로 설정하고 강력한 규제 정책을 추진했다. 양도소득세 강화, 분양권 전매 제한, 분양가 자율화 폐지, 종합부동산세 신설, DTI(총부채상환비율) 도입,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강화 등 강력한 규제를 잇달아 내놓았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노무현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 혁신도시·기업도시 건설을 통해 지방분산정책을 펼쳤다. 김포·동탄 등 2기 신도시 건설도 추진했다. 그러나 임기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56%(서울 전체 집값은 42.9%)까지 상승하면서 `집값이 폭등한 정부`라는 오명(汚名)을 안았다. 강력한 규제정책을 추진했지만, 노태우 정부와 달리 서울과 인근지역에 공급정책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서 집값이 무섭게 상승했다.

이명박 정부 초반은 이전 정부가 추진하던 강력한 규제 정책과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기였다. 정부가 규제 완화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했지만, 집값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에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 난민`이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하우스 푸어` `깡통주택` 같은 말이 유행했다. 서울 집값은 하락세를 보였지만, 부산·대구·울산 등 지방은 가격이 폭등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때는 규제 완화로 2015~16년 전국의 주택 인허가 물량이 연간 70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제기됐다. 가계부채가 1000조를 넘으면서 "빚내서 집 사게 하는 정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에 걸친 규제 완화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르자 2016년 8월 가계부채 관리대책, 11·3 부동산 대책 등을 시작으로 규제 강화로 정책 흐름이 바뀌었다. 현 정부도 강력한 규제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규제정책만으로 집값은 안정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규제강화정책의 효과는 단기적이었고, 과도한 규제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주택가격이 가장 안정적이였던 시기는 충분히 주택을 공급했던 시기였다. 더 이상 어설픈 수요억제정책은 자제하고, 수요를 관리하면서 서울에 필요한 적정 주택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공급하는 것만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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