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지난 11일 4·27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을 제출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평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하며 야당의 협조를 강조했다. 반면 보수야당은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비준안 제출은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남북정상회담 동행 초청을 놓고서도 앙금이 남아 있어 당분간 여야관계가 살얼음판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일방적인 비준동의 요구는 국회 본연의 논의구조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판문점 선언 자체가 상호이행을 강제하는 국가 간 협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협약에 해당한다고 해도 반드시 의회에 비준동의를 구해야 하는 사안인지 여부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비준동의 절차는 본질적으로 국민적 동의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정권이 일반적으로 강요하거나 밀어붙일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며 "판문점 선언 목표가 비핵화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에 있는 만큼 아무런 진전도 없는 상황을 두고 비준동의를 일방적으로 서둘러 갈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상회담 동행 초청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지 대통령 수행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며 "국회의 평양 동행이 필요하면 정상회담 수행이 아니라 북한 최고인민회의를 비롯한 의회 제정당 연석회의를 별도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당대표도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들이 비준안은 남북정상회담 후에 논의하기로 했는데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강행한 것"이라며 "국회의장과 여당 원내대표도 동의한 사안을 정부가 이렇게 무시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회무시, 오만과 독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잘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또 "비준동의안에 제시된 예산추계도 당장 필요한 예비적 소요만을 제시한데 그쳐 전체비용은 감춰지고 있다"며 "어차피 비준동의를 받아서 정상회담에 갈 것도 아닌 것을 잘 아는 정부의 행태는 국회와 야당을 압박하려는 술수"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이제 국회도 남·북·미 대화를 통해 진전된 한반도 평화를 법과 제도로 뒷받침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면서 "비준안에 대해 국회 외통위에서 심사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계획에 대해서도 국민 혈세가 제대로 쓰이도록 철저한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70년만에 찾아온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기회의 불씨가 특정 정당의 당리당략이나 과거 이념적 잣대에 꺼지지 않도록 국민들이 함께 지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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