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정동 마을미술프로젝트

공방 앞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정동 주민 / 사진제공=대전공공미술연구원
공방 앞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정동 주민 / 사진제공=대전공공미술연구원
유리창이 깨진 상태로 빈 건물이나 자동차를 방치하면,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그 건물이나 자동차를 부숴도 된다고 생각해 건물과 차는 더욱 엉망이 된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퍼져서 결국은 온 마을이 무법천지가 된다는 이론이 바로 `깨진 유리창 법칙`이다.

지난해부터 대전시 동구 정동에는 깨진 유리창을 고치려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다. 바로 대전공공미술연구원에서 진행하는 마을미술프로젝트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200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지자체가 공동으로 주관해 시작된 사업으로, 주목적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일상공간에 예술을 담아 생활문화 지역으로 재생시키는 것이다.

대전공공미술연구원은 지난해 50여개의 지자체가 참여했던 마을미술프로젝트 공모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주제로 참가해 1등을 차지했다. 프로젝트 주제는 무궁화가 해충의 공격을 가장 많이 받는 꽃이지만 그럼에도 100일 동안 쉼 없이 피었다 지는 특성에 착안해 지어졌다. 무궁화가 개화하듯 초라한 도시가 다시금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대전공공미술연구원은 대전역 인근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대전 동구 정동으로 눈을 돌렸다. 우범지역이었던 정동은 그동안 각종 사건 사고속에 주민들의 마음에 갖가지 생채기가 새겨져 있었다. 주민들의 눈빛은 메말랐고, 낯선 사람에겐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사무실에 자주 드나들며 간식도 사다줄 정도로 마음을 열어 보였다. 팩스, 복사, 고충 상담 등 주민들의 민원까지 처리해주며 사무실은 어느덧 주민들의 민원상담소 역할을 하게 됐다.

마을 주민들의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인 이번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진행됐다.

첫째, 자원의 재생이다. 정동에는 수십년 된 철공소와 공업사들이 즐비해서 버려지는 고철의 양이 많다. 이러한 고철들을 이용해 주민들이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작품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망가진 삽으로 벤치를 만들고 버려진 베어링으로 테이블을 만드는 식이다. 낭비되는 자원이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둘째, 공간의 재생이다. 정동에는 오래된 폐건물과 비좁은 쪽방이 많다. 이러한 건물들을 개조해 공방을 만들어서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거주하며 주민들과 함께 예술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현재 대전공공미술연구원이 입주해 있는 건물 또한 폐건물을 현재의 사무실로 개조한 것이다.

셋째, 삶의 재생이다. 지난해부터 열린 `정동 마켓`에서는 공방에서 예술인들의 도움을 받아 주민들이 만든 작품들을 판매해왔다. 자원과 공간을 재생시키는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레 주민들의 삶까지 재생되는 것이다. 행사에서 작품을 판매해 발생한 수익은 주민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고도 남아서 주민들 단체 통장을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

우범지역이었던 정동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몰라보게 바뀌었다. 다소 투박했던 주민들도 한결 부드러워졌고, 주민들 사이의 잦았던 갈등도 많이 잦아들었다고 한다. 올해 말에는 마을에 전무했던 CCTV가 설치될 예정이다. 지금껏 주민들의 반대로 CCTV를 설치하지 못했는데, 올해 드디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낸 것이다. CCTV가 설치되면 앞으로 마을의 치안이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앞으로 프로젝트의 방향은 주민들이 프로젝트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과, 마을과 창업활동을 연계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황혜진 대표는 "마을에 설치할 예술작품의 수를 늘리고, 외부방문객들을 주민들이 직접 맞이하는 등 주민들을 프로젝트의 주체로 내세우려 한다"며 "또한 마을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 주민과 사회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문화예술특화거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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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으로 하늘을 수놓은 정동마켓 야경 / 사진제공=대전공공미술연구원
우산으로 하늘을 수놓은 정동마켓 야경 / 사진제공=대전공공미술연구원
정동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모인 식사자리 / 사진제공=대전공공미술연구원
정동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모인 식사자리 / 사진제공=대전공공미술연구원
폐현수막을 활용해 그늘막을 조성한 정동 마켓 모습 / 사진제공=대전공공미술연구원
폐현수막을 활용해 그늘막을 조성한 정동 마켓 모습 / 사진제공=대전공공미술연구원
정동 주민들 / 사진제공=대전공공미술연구원
정동 주민들 / 사진제공=대전공공미술연구원

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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