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책꽂이] 나뭇가지 아이와 하나이면서 다섯인 이야기 외

◇나뭇가지 아이와 하나이면서 다섯인 이야기(안 에르보 지음·이정주 옮김) 환상은 아이들의 특권이다. 아이들은 환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불안한 현실을 견디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한다. 어린 시절의 환상 세계를 간직한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명인 안 에르보는 이 책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뒤엉키고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모호한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아이가 보는 책을 독자가 보는 건지 독자가 보는 책을 아이가 보는 건지 알쏭달쏭한 이야기는 모든 걸 명확하게 말해 주지는 않지만, 책 속에 뿌려 놓은 수많은 상징과 은유가 독자를 단단히 붙들어 놓는다. 작가는 잉크, 연필, 컷 아웃, 콜라주와 수채 물감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넘나들며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추상적인 개념을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구체화했다. 한 번만 보기에는 아까운, 볼 때마다 기쁨과 감동, 치유를 선물하는 그림책이다. 한울림어린이·40쪽·1만 3000원

◇짹짹짹!(마틴 발트샤이트 지음·이상희 옮김)=이 책을 쓰고 그린 마틴 발트샤이트는 각각의 동물에 주된 색을 부여하고, 이를 다시 말소리와 연결해 표현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아기 새와 짹짹짹 소리는 빨강, 연못가 개구리와 개굴개굴 소리는 초록, 들판의 개와 멍멍 거친 소리는 고동, 속을 알 수 없는 고양이와 야옹 소리는 검정 등으로 표현한다. 빨강, 초록, 고동, 청색 등의 색은 각 동물의 특징, 고유한 소리와 어우러지며 독자들로 하여금 말을 공감각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각 동물들을 표현한 콜라주 기법은 이 책에 다채롭고 자유로운 생명력을 부여한다. 여러 동물의 말을 하는 아기 새는 빨강, 파랑, 초록, 검정, 갈색이 뒤섞인 모습으로 천방지축 자유분방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저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결말로, 말의 힘이 만들어 내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끝맺는다. 한울림어린이·40쪽·1만 2000원

◇열다섯 생쥐 가족과 아주 특별한 인형의 집(마이클 본드 지음·에밀리 서튼 그림·김영희 옮김)=`패딩턴 베어` 시리즈로 유유자적한 곰돌이 캐릭터를 창조해 낸 마이클 본드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이 이야기에는 좌충우돌 작은 친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도시에든, 시골에든 가까이서 재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생쥐들이 알고 보니 가장 친근한 인형의 집에 숨어 살며 소곤소곤 자기들만의 세계를 꾸려간다는 설정은 아이들이 소꿉장난을 하듯 아기자기하다. 패딩턴이 처음 홀로 여행을 떠나며 겪는 여러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처럼, 이번 열다섯 생쥐 가족의 이야기에서도 작은 동물들의 삶에 스며든 어린이들의 천진한 발상과 위기를 이겨내는 고민들이 익살스럽게 담겨 있다. 바둑이하우스·48쪽·1만 2000원

◇용왕님네, 물 주쇼!(박영옥 지음·엄정원 그림)=비가 오지 않자 마을에는 풍물 소리가 가득하다. 사람들은 우물 앞에 모여 "물 주쇼, 물 주쇼, 용왕님네 물 주쇼! 뚫이라, 뚫이라, 물구멍만 펑펑!" 이렇게 외치며 춤을 춘다. 아이는 궁금하다. 왜 우물을 용왕님네라고 하는 것일까? 할아버지는 저 깊은 우물 속에 바로 그 용왕님이 사는 용궁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고 하는데…. 예로부터 우리나라 고유의 `용신`은 생명과도 같은 물을 관장하는 신으로 마을과 우물터를 지켜 주고, 하늘로 승천하여 비를 내려주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용을 소개하고자, 고유 풍습인 `용왕굿`과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소개된 설화편 `용오름`을 소재로 옛 우물 깊은 곳에 갇혀 있을지 모를 용에 대한 상상으로 창작되었다. 고래가숨쉬는도서관·40쪽·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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