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알레르기비염

가을이 왔다. 제법 쌀쌀한 기운은 가을의 `숙살지기(肅殺之氣)`를 느끼게 한다. 여름동안 지상에 펼쳐진 온갖 풍성한 생명의 잔치를 조용히 갈무리하는 기운이 숙살지기다. 얼마나 고요하면서도, 살벌한 기운인가.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한약국에는 가을이 시작되면 누구보다 알레르기 비염환자의 방문빈도가 높아진다. 맑은 콧물, 발작성 재채기, 코막힘, 가려움을 주 증상으로 하는 알레르기 비염은 오늘날 불치병처럼 여겨지곤 한다.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연신 코에 뿌리고, 항히스타민에 길들여진 환자들을 보면 한약을 업으로 나로서는 안타까움과 절망감이 든다.

가을철에 알레르기 비염이 악화되거나, 재발하는 이유는 인체가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체온이 떨어지기 쉬운 환경에 놓이기 때문에 한성 알레르기비염 환자라면 체온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재채기와 맑은 콧물이 한성 알레르기비염환자의 주 증상인데 체온이 떨어지기 쉬운 아침과 밤, 새벽에는 마스크와 외투를 갖추고, 몸을 차갑게 하는 찬 음식이나 과일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이들은 홍삼이나 생강차, 계피차등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평상시 몸의 체열이 높은데도 알레르기 비염이 악화되는 열성 알레르기 비염환자는 코막힘과, 가려움, 후각마비가 심해지는 것이 주 증상이다. 이들은 음주와 피로, 밤샘근무에 의해 증상이 더욱 악화되기 쉬우므로 음주를 멀리하고, 휴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은 느릅나무뿌리껍질이나 수세미차등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또 단순한 한성과 열성알레르기비염의 구분이 아닌, 잉여수분의 정체(停滯) 혹은 종농(腫膿)의 유무, 체열의 불균형을 원인으로 보아 잉여수분을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하거나 종농을 제거, 그리고 체열의 균형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처방이 있다. 이러한 한의학적인 다양한 원인분석과 적확한 처방이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부모의 알레르기 비염유무와 자녀의 알레르기 비염은 밀접한 관련을 가지므로, 체질적 요인이 알레르기 비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하지만 가족은 반려동물, 가정환경(먼지, 온도, 습도), 식습관 등을 공유하므로 생활환경을 되돌아보고,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혈액검사나 피부반응검사도 매우 중요하다.

알레르기 비염은 증상에 따라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생활습관 개선이 병행된다면, 치료율이 높은 질환에 속한다. 따라서 불치병이나 난치병이라는 생각에 압도돼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생활환경과 식습관을 점검하고 한의학적 치료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어떨까.

이문세는 그의 곡 `가을이 오면`에서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라고 했다. 알레르기 비염환자에게는 요원한 이 가사가, 올 가을에는 꼭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수 원광한약국 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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